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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목마을 <아트바젤> 故 이석주 작가 사진전] “우리 아들, 석주를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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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먼저 보낸 어머니가 여는 사진전
간암 투병생활 했던 당진 떠나지 못해

 

▲ 김유순 씨

모든 어머니에게 그렇겠지만 김유순 씨에게 아들, 석주 씨는 특별한 존재였다. 부모도 남편도 일찍 김 씨의 곁을 떠나 하늘로 갔다. 내 편 하나 없는 세상에서 아들 석주는 김 씨가 처음 가져 본 온전한 ‘나의 편’이자 ‘나의 것’, ‘전부’였다. 하지만 하늘은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하늘이 유난한 사랑을 시샘해 먼저 데려간 걸까요?” 김 씨의 눈물이 하염없다.

아들에 이어 어머니도 간암 투병
김유순 씨를 만난 건, 왜목마을 앞바다가 시리도록 파란 1월 말이었다. 아들을 여읜 어머니와 마주 앉아 당진과 연을 맺게 된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아들은 군대를 제대하고 사진에 빠져들었다. 서울 홍대에 스튜디오를 마련해 여러 예술가와 교류하며 사진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해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간암 말기를 선고 받았다. 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말에 어머니는 평생을 살았던 서울을 떠나기로 했다. 아들과 함께 공기 좋고 물 맑은 시골로 요양을 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전국 이곳저곳을 헤매다 어릴 적 함께 성당에 다녔던 아들의 친구를 만나게 됐다. 수녀가 된 아들의 친구 덕분에 당진 사기소리 한적한 시골 마을에 두 모자는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아들은 암과 싸우면서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서울을 오가며 전시회를 열었다. 사기소리에 우사를 개조해 <호련의 숲>이라는 갤러리도 만들었다. 그해 겨울에는 눈을 찍으러 간다며 일본 훗카이도로 훌쩍 떠났다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들의 마지막 여행이자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2010년 4월24일, 아들은 어머니를 남겨 놓고 먼저 하늘로 돌아갔다.
아들을 잃은 아픔이 가슴에 맺힌 걸까, 아들이 떠난 그해 가을 어머니의 간에서도 암세포가 발견됐다. 2년 전, 아들이 수술대에 올랐던 날 어머니도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8개월만에 암세포가 전이 됐고, 지난 연말 2차 수술이 진행됐다.

 

 

 

석문 왜목마을 아트바젤에서 봄까지어머니 김유순 씨는 2차 수술을 마치자마자 당진으로 내려왔다. 아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 아들과 마지막을 함께 한 당진에 내려 와 있으면 조금이라도 나을 것 같았다. 암투병 중에도 아들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면 며칠씩 내려와 머물었지만 수술 후에는 아예 당진에 자리를 잡았다.
김 씨는 사진작가로 살다간 아들의 작품을 세상에 알릴 길을 찾기 시작했다. 아들을 떠나보낸 뒤, 아들의 방에서 발견된 메모를 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 진통이 심해질 무렵이었던 2010년 3월14일, 아들 석주 씨는 “내가 떠나도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메모를 유언장처럼 벽에 붙여 놓았던 것이다.
김 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사진작업을 했던 당진에서 사진전을 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들과 어머니의 바람대로 이석주 작가의 사진전이 당진 왜목마을에서 열리고 있다. 평소 이석주 씨의 인터넷 개인블로그와 작품집을 보며 관심을 갖고 있던 갤러리 카페 아트바젤 양대영 대표가 김 씨에게 연락해 사진전을 제의한 것이다. 아트바젤에서는 이석주 작가의 마지막 여행 훗카이도에서 찍은 사진 <설국> 시리즈, 초창기 작품 등 40여 점과 더불어 동생 나경 씨의 에세이가 사진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사진전은 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세상을 떠난 이석주 작가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홍대에 스튜디오를 마련해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2009년 간암을 선고받은 뒤, 당진 사기소리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서울을 오가며 사진전을 여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2009년 겨울 일본 훗카이도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 <설국>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2010년 봄날 만 스물여덟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남긴 책으로는 <너 혼자 올 수 있니>(사진 이석주, 글 강성은)가 있다. 이 책은 2011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됐다. (이석주 작가의 개인블로그 : http://blog.naver.com/soar0108)

 

 


이석주 - 설국

세상의 모든 곳을 맘에 품은 내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여행을
북해도에 간 이유는 단지 이것 때문이었어.

그곳에 눈이 내리고 있으니까.

내가 비록 세상에 없다해도
이제 너는 항상 내 생각이 날꺼야.

눈이 내리는 날마다.

0212_2010 PM 2:45
훗카이도 삿포로

(이석주 작가 블로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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