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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의 밥줄 이야기 5 - 당진돌봄사회서비스센터 요양보호사 이순옥 씨] “식모나 파출부가 아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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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질환, 중증환자 가족 대신 돌보는 요양보호사
“근무여건, 처우, 편견 때문에 힘들어도 보람은 최고죠”

[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우리 이웃, 밥줄 이야기>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병수발이 어렵다는 말이다. 왜 아니겠는가. 병원에 일주일만이라도 입원해 본 경험이 있다면 두말 할 필요 없이 공감이 가는 말이다. 헌데 병수발을 직업으로 삼은 이들이 있다. 4년 전 ‘자식이 못하는 효도를 국가가 대신한다’는 목표 아래 출발해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로 널리 알려진 요양보호사가 바로 그들이다. 노인성질환과 중증환자에 대한 장기요양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은 중장년층의 부양가족들이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근무여건이나 처우, 사회적 편견 등 어려운 점도 많다.
요양보호사라는 말이 국내에 알려지기 전, 간병인으로 돌봄 일을 시작한 이순옥 씨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도 아니고, 편견과 선입견으로 마음이 힘들 때도 많지만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손과 발이 되어드려요”
10년 동안 아픈 이들 곁에서 대신 손발이 되어주고 있는 이순옥 씨는 오늘도 아침 8시, 서훈 씨의 집에 도착했다. 석문 삼화리에 살고 있는 서훈 씨(가명)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 서훈 씨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지만 어머니 또한 돌봄이 필요할 만큼 연로해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우선 서훈 씨가 밤사이 잘 지냈는지 살핀다. 이후에는 목욕을 준비한다. 커다란 몸집의 남성을 목욕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다. 그래도 이 씨는 그동안 몸이 힘들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단다. 오히려 일을 하지 않는 날에는 온몸이 쑤시고 병이 날 것 같단다. 그럴 적마다 지인들은 그녀의 병명은 ‘일중독’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목욕이 끝나면 옷을 갈아입히고 운동을 시작한다. 지적장애인을 비롯해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 대부분은 바깥 활동이나 가벼운 운동조차 스스로 하기 어렵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운동이다. 때문에 요양보호사의 주된 역할 중 하나는 대상자의 운동을 돕는 일이다.
운동이 끝나면 서훈 씨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서훈 씨가 사용하는 방을 청소하고 식사도 챙긴다. 서훈 씨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일부터 휴식하고 식사하는 것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곁에서 돕는 일이 이 씨의 주된 업무다. 이 씨는 보통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3명의 대상자를 돌보고 있다. 

“환자의 회복에 보람 느껴”
10년 전 인천 보육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느꼈던 보람이 이 씨가 간병인의 삶을 걷는 계기가 됐다. 이 씨는 남편의 고향인 순성 봉소리로 이사를 와서도 인근지역 병원에서 간병인 일을 계속했다. 그러던 중 요양보호제도가 시행되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재교육을 받은 뒤, 당진돌봄사회서비스센터 소속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10년 동안 간병인으로,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가슴 아픈 일도 많았다. 특히 부모님처럼 돌보던 어르신들이 세상을 뜨기라도 하면 마음이 많이 아팠다. 간혹 유가족이 없거나 고인의 장례 모시기를 거부하는 경우 가족들 대신 장례식을 치를 일도 있었다.
“고인의 몸을 닦아드리고 옷을 갈아입히는 일을 여러 번 했지만 한 번도 유가족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에는 고인의 며느리가 고맙다며 인사를 하더군요. 또 장날마다 찾아와 고구마 한 봉지, 마늘 한 자루, 붕어빵 하나를 손에 쥐어주고 가지 않겠어요. 마음으로 한 일을 알아주니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났어요.”
이씨는 시신을 돌보는 일뿐 아니라 하루 종일 누워 있어 욕창이 난 노인, 몸이 아파 신경이 예민해져 신경질이 심한 장애인도 곁에서 돌봤다. 가족도 하기 어려운 일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터. 그래도 이 씨는 “대상자가 조금이라도 회복되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게 모두 잊힌다”고 말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하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 만큼 마음에 상처받는 일도 더러 있다. 대부분은 요양보호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다. 
“더러 대상자나 보호자들이 요양보호사가 할 일을 잘못 알고 아무일이나 시키는 경우가 있어요. 가사도우미로 오해하시는 거죠. 예를 들어 밭일이나 가족들의 식사, 빨래 등을 요구하기도 해요. 가정집을 방문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간혹 성적인 문제까지 발생하기도 해요. ‘일 하러 왔으면 다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심한 말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 씨는 “요양보호사는 무료봉사자도 아니고 돈을 받으며 일하는 직업인이지만 봉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남의 집 일 대신해주는 사람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요양보호사들이 노력해야 할 점도 있어요. 무엇보다 가정을 드나들며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한 가정의 밑바닥까지 깊숙이 보고 듣게 되요. 때문에 가족사에 대한 비밀보장이 최우선이죠. 대문 밖으로 나가는 순간 잊어버려야 해요. 또한 오랜 투병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이 많기 때문에 보호자나 대상자를 더 많이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죠. 그래서 요양보호사는 자격증만 딴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예요. 봉사하는 마음이 밑바탕에 있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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