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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만에 돌아온 고향 “후덕한 인심이 그리웠죠” - 술매봉휴게소 황태봉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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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27년만에 돌아온 고향 “후덕한 인심이 그리웠죠”



고향에 27년만에 왔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는 어엿한 가장임에도 불구하고 ‘자식’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부인과 아들딸을 대전에 남겨두고 3년전 중풍으로 쓰러진 아버님을 모시러 훌쩍 올라온 황태봉(43)씨.

황씨는 신평 거산삼거리에서 합덕쪽으로 3백미터 정도 가다보면 있는 술매봉휴게소의 사장이다.

그는 88세의 할아버지와 어머님도 모시고 있다. 3대가 모여있는 가족은 현재 보기드문 풍경이다. 또 하나 황씨에게 특이한 것은 43세의 나이에 고향에 와서 신토불이를 외치며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였다는 점이다.

황씨는 초등학교 시절 당진지역에는 유일하게 신평초등학교에만 있던 야구부에 들었다. 그 야구에 정신을 빼앗겨 13살의 나이에 홀홀단신으로 대전으로 내려갔다.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니며 얼마나 집을 그리워하였던가!

“말도 못하죠. 60~70년대 그 어려운 시기에 입을 것, 먹을 것의 어려움도 집이 그리운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교통도 발달되지 않고 집에 어떻게 가야하는지를 알 수가 있었어야죠.”

그때 힘이 되어준 건 같이 대전으로 왔던 고향친구와 야구였다고. 그로부터 27년이 흐르고 그는 야구방망이가 아닌 조리용 칼을 잡고 고향에 섰다. 아버님에 대한 효심뿐만 아니라 고향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던 황씨가 술매봉 휴게소를 경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옛날 부모님이 해주었던 음식을 개량해서 지역에서 나는 야채와 특색있는 조리법을 이용하여 지역 농축산물의 판로를 찾는데도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그동안은 생산만 해왔는데 중요한 것은 그것을 소비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휴게소의 옆에 닭과 천둥오리를 키우는 사육시설이 2개나 있다. 그곳에서 수십마리의 닭과 천둥오리가 겨울을 난다. 사료를 줄 때도 주위의 지역이 과수지역이라 상한 과일을 같이 섞어서 먹이고 있어 서로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돼지도 60마리나 된다.

“제가 그냥 강원도 돼지라고 불러요. 강원도에서 멧돼지와 토종돼지를 접종해 만든 돼진데 고기가 담백하고 냄새가 전혀없으며 비개도 훨씬 고소합니다.”

돼지는 뒷편에 있는 야산에 방목했는데 겨울이 되어 새끼도 낳고 해서 지금은 축사로 옮겼다고 한다. 이렇게 직접 사육한 가축을 재료로 황씨는 직접 요리도 한다.

그는 고기요리 뿐만 아니라 향토음식을 보급하고 싶다며 우리음식에 대해 이야기 한다.

“깻묵장, 호박찌게, 순두부, 산채 등은 우리의 정서에도 맞고 몸에도 좋습니다. 모두 현대 입맛을 고려하여 조금씩 조리법도 바꾸었습니다.”

된장도 직접 담아서 요리를 할 만큼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며 아직도 더 좋은 맛을 내기위해 연구중이다.

황씨는 인심좋은 고향이 좋고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살길을 만들기 위해 외곽에 조그맣게 시작하였지만 당진시내로 나와 외국 입맛에 찌든 더 많은 사람에게 지역에서 난 재료로 만든 우리의 음식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더불어 “새해에는 소박하면서도 늘 서로를 도와주며 사는 후덕한 인심이 사회에 가득했으면 좋겠다”며 시장본 야채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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