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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원에서 만나 행복한 백년가약 맺었죠” - 농아부부 김신성·김경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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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한겨울 추위속에서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 남을 위해 일하는 사람, 역경을 딛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소중한 꿈을 안고 있는 사람, 이들중 누구든 한명만 만나도 추운 마음이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김신성(34세)씨와 김경하(35세)씨 부부는 그중 어려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에 속한다. 유독 추운날 이 부부를 만나고 싶으면 바쁠 것도 없는 걸음으로 당진읍 시장통 골목을 접어들면 곧바로 볼 수 있다. 조그만 비닐공간 속에서 붕어빵을 굽고 있는 젊은 부부.

쉼없이 재료를 집어 넣고 빵틀을 돌리며 붕어빵을 굽는 젊은아내의 모습이나 옆에서 어린 손님에게 정성껏 빵을 담아주는 남편의 모습이 하도 정다워 보여 눈길을 머물게 한다. 하지만 가만히 지켜보면 다른 곳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서로를 애틋하게 아껴주는 사랑의 마음이 풍겨난다는 것과 손짓과 눈짓을 통해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부부는 모두 말하기와 듣기를 하지 못하는 농아부부이다.

알아 듣지도 못하고 말을 하지도 못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손님은 자연스럽게 찾아와 “붕어빵 2천원어치요”하고 말하고 아내 김경하씨는 구워서 내놓은 곰모양의 빵과 팬더모양, 붕어빵 모양중 하나를 고르라고 다시 손짓하고 남편 김신성씨는 봉지에 담아 내놓는다. 처음엔 놀라 어색해하던 손님도 금방 웃는 얼굴로 맛있는 냄새가 풍겨나는 봉지를 들고 돌아선다.

개중엔 다시 돌아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개의치 않는다. 손짓 언어를 통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꺼려하지 않는다. 김경하씨는 하루종일 서서 일을 하지만 “어렵지 않아요”하며 짧막한 글로 대답한다. 자신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흡족하기만 하다. 김신성씨도 부인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이들 부부에게는 아이 둘이 있다. 첫째아들 재권이는 8살이고, 막내딸 재경이는 5살이다. 김씨부부는 두아이가 “공부 열심히 하고 착하고 건강하게 커줬으면 좋겠다”며 상기된 얼굴로 글을 썼다. 그들이 이렇게 밖에 나와 일하고 있는 동안은 아내 김경하씨의 언니가 아이들을 돌보아 준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평택에 있는 농아원에서 였다. 중2 때라고 한다. 누가 먼저 청혼했는지도 모르게 서로 친했던 만큼 지금도 마냥 서로를 위해주며 살고 있다.

요즘은 장사가 잘되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 부부의 소망엔 자신들을 위한 것은 없다. 또박또박 종이위에 써놓는 소원이 “IMF를 맞고 나라를 위하여 금모으기를 하니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하는 것이다.

돌아서는 기자에게 아내 김경하씨가 남편이 음식솜씨가 좋다며 붙잡는다.

“저희 남편은 된장찌개를 잘하는데 오늘은 특별히 삼겹살을 사다 먹기로 했어요. 장사 다 했는데 같이가요.”

살뜰한 정이 가슴 가득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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