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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시론-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역민초들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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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거가 끝난 대한민국에 새로운 권력집단이 등장했다. 기존 여당과 차별화를 시도한 새누리당이 현 정권 심판을 내세운 민주통합당에게 압승한 결과이다. 권력의 부자세습이 거듭되고 있는 북한이나, 권력이양을 둘러싸고 심각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중국에 비한다면, 대한민국은 선거를 통해 매우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권력을 교체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거는 한국의 선거민주주의 제도와 문화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재확인해 주었다. 50%대에 그친 낮은 투표율이나, 영호남으로 갈라진 지역주의 투표성향은 ‘주권위임’이라는 총선거의 진정한 의미를 퇴색시키고, 정치냉소와 정국분열이라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만들고 있다.
19대 총선거를 통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문제점이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한 사안도 있다. 지역주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 지역주민이 아닌 사람들이 후보자로 나서고 당선되는 모순이 여야를 막론하고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후보자들은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구실을 내세우며 전라도에서 서울로, 군포에서 대구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다. 서울 종로 등 일부 지역은 그런 후보자들을 당선시키기도 했다.
사실 국회의원 후보자 대다수, 특히 중소도시 및 농어촌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자들 중에는 그 지역주민이 아닌 경우가 많다. 서울 등 대도시에 거주하다가, 선거 출마를 위해 지역구에 주민등록만 옮겨놨거나, 선거가 임박해서 이사를 간 사람들이다. 통합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는 5년 이상 국내거주 국민이어야 한다. 지방선거 후보자는 선거일 기준으로 60일 이상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에게는 거주지와 관련해 아무런 법적 제약 조건이 없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아무 지역이나 원하는 곳에서 출마할 수 있고, 정당은 지역구 후보자를 마음대로 소위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 물론 지역주민의 정서를 고려해 그 지역에 최소한의 연고가 있는 인물, 잠시 초등학교라도 다닌 적이 있는 인물을 공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략공천을 받은 낙하산 후보들은 지역의 정서나 실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장미빛 공약만을 남발하거나, 지역 현안과는 거리가 먼 정권심판론이나 정당 보스와의 친분을 강조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런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면 몸싸움에 앞장서고 난장판 국회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당 지도부에 잘 보여 다음 선거에서도 공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낙선의 고배를 마신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나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가 만약 당선되었다면, 그들이 가장 고맙게 여길 사람은 지역구 유권자가 아니라 그들을 정당후보로 만들어준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였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지역유권자를 대하는 태도가 선거 전과 선거 후 판이하게 다르다. 선거기간 동안에만 지역에 잠깐 머물며 유권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다가, 당선되고 나면 지역에서는 얼굴도 보기 힘들다. 그들에게 국회의원이란 막강한 권력을 부여한 곳은 지역이 아니라 정당 지도부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익숙한 50~60대 남성 후보자들이 선거유세 현장에서 여성 정당대표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허리를 굽히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들이 일반 여성들에게도 그런 존중과 경의를 표해줄까?
선거 민주주의 자체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그러나 국회가 진정 ‘민의의 전당’이 되려면 낙하산 후보자들이 사라지고, 지역에서 민초들과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후보자 중에서 대표를 뽑는 선거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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