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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이야기 12 - 면천초 앞 벧엘문구점 연용만 씨
40년 된 문구점에서 ‘추억을 사가세요’

“손자 같은 아이들 때문에 웃고 살았지”
어린 시절 추억 쫓아 다시 찾는 졸업생들 많아
우현선l승인2012.05.03 08:41l(9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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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우리 이웃, 밥줄 이야기>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어릴 적, 문구점은 별천지였다. 맛있는 사탕과 아이스크림, 알록달록한 볼펜과 만화주인공이 그려진 공책까지 없는 게 없었다. ‘우리집이 문구점이었으면 좋겠다’고 몇 차례나 생각했었다.
연용만(65) 씨는 어릴 적 모든 걸 다 가진 백만장자처럼 보였던 ‘문구점 아저씨’다. 40년째 변함없이 면천초등학교 앞에서 벧엘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다. 벧엘문구점에는 군것질거리와 문구용품 외에도 볼거리들이 참 많다. 오랫동안 발품을 팔아 연 씨가 모아온 골동품들이 민속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여러모로 연 씨의 벧엘문구점은 추억을 파는 가게인 셈이다.

핫도그집에서 컵라면집 거쳐 문구점으로
연용만 씨가 운영하는 벧엘문구점은 본래 이름보다 ‘핫도그집’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40년 전 면천초등학교 정문이 지금의 위치로 바뀌기 전 연 씨의 아내가 핫도그 장사를 했기 때문이다.
“교문이 면사무소 앞으로 나 있었죠. 그때 작은 방 한 칸에서 핫도그를 팔았어요. 아이고, 그때 어려웠던 건 하루 종일 말해도 모자라지요. 타지에서 와서 자리를 잡으려니 텃새도 치르고 힘들었죠.”
연 씨의 아내는 쌀 세 가마를 내고 마련한 핫도그 가게에서 20원하는 핫도그를 팔았다. 그렇게 핫도그 장사를 5년쯤 한 뒤에 지금의 문구점 자리로 이사를 왔다.
“그때만 해도 학교에 아이들이 많이 다녔죠. 문구점이 4개나 됐으니까요. 그러다 도시로들 떠나고 시골에 젊은이들이 줄어들면서 아이들도 줄고 문구점도 하나둘 문을 닫았어요.”
핫도그 장사를 접은 뒤에 시작한 건 컵라면 장사였다. 급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4년 가까이 컵라면 장사를 했다. 
“그때는 급식이 없었어요. 때마침 컵라면이 처음 나와서 인기를 끌 때 였죠. 컵라면을 팔았더니 애들한테 인기가 좋은 거예요. 20원짜리 컵라면을 많이 팔았다고 라면회사에서 3박4일 여행을 다보내줬다니까요.”

훔친 사탕 값 들고 온 졸업생
40년간 문구점에서 아이들과 크고 작은 추억들이 많이 쌓였다는 연 씨는 몇 해 전의 일을 꺼내 놓았다.
“애들 눈에는 문구점에 있는 군것질거리들이 얼마나 맛있게 보이겠어요. 헌데 녀석들이 돈이 어디 있나요. 그래서 가끔 슬쩍 하기도 하지요. 그럴 때는 불러다가 ‘그렇게 먹고 싶으면 아저씨한테 달라고 하지, 훔치는 건 나쁜 거’라고 타이르기도 많이 했어요. 한 번은 물건을 주머니가 불룩 하도록 훔쳐서 그냥 가려던 녀석을 붙잡아서 혼을 냈는데 되레 큰소리잖아요. 그래서 다시는 문구점에 오지 말라고 호통을 쳤어요. 그리고 몇 해가 흘러 졸업을 한 녀석이 돈 3만6천원을 들고 와서는 그때 훔쳐간 군것질 값이라며 죄송하다고 인사를 왔더랬어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 마음이, 잘 자라준 게 얼마나 고맙던지.”
요새는 하루 종일 문구점을 지키고 있어도 2만원 벌기도 어렵다. 종이에 연필로 글씨 쓰는 아이들이 줄기도 했고, 인터넷이며 대형문구점에서 학용품을 사 쓰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40년 가까이 운영했던 벧엘문구점이 문을 닫아야 할 때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연 씨는 서운하다.
“아이들이 졸업하고 커서도 잊지 않고 추억 찾아 들릴 때면 반갑고, 보람이란 것도 느끼곤 해요. 근데 이제 면천초등학교도 다른 데로 이사를 간다고 하고 한 5년 정도 더 하면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아요. 손자 같은 녀석들 때문에 웃고 살았는데 아쉬워요.”   

 


우현선  mirina16@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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