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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면 성산리 양 광 용씨

외양간 고쳐 작업실로,

“농사짓는 맘으로 도자기 만듭니다”

실용성·작품성 모두 갖춘 생활자기 빚기에 혼신



사람이 북적대고 잡다한 물건이 즐비한 당진읍 신시장. 살아가는 냄새가 물신 풍겨난다. 신시장 중앙통에서 오른쪽 골목 한켠에 색다른 사람의 냄새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바로 고산상회가 그곳. 하나하나 사람의 손길이 깃들어 있는 투박한 모양과 빛깔의 도자기가 작은 공간에서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 “저런 예쁜 도자기는 누가 만드는 것일까?” 한번쯤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를 만나러 갔다.

2월 무척 봄같은 날씨에 고대 할미당고개를 넘어 좌측으로 한참을 들어가 만난 사람 양광용(31세)씨.

“세상에 사는 사람은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 속에서는 잘난 것도 없고 못난 것도 없습니다”

이는 한때 “흉가”라 불릴만큼 발길이 끊겼던 집을 수리하고 외양간을 도자기작업실로 개조해 살고 있는 양씨에게 부럽다고 전한 말에 대한 대답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덧대어진 지붕과 김장독만한 항아리들이 벽둘레 군데군데 널부러져 있고 마당엔 빈집서 주워왔다는 멧돌이며 다딤이돌이 잔디마당에 징검다리처럼 놓여졌다.

그런 양씨라지만 여느 사람과 같은 고민을 하며 산다. 대학에 낙방하는 고배도 마셔보았고 강원도 산골을 찾아 혼자의 시간을 보내며 인생의 의미에 대한 고민도 해보았다. 전문대 입학후 짧은 교육기간을 아쉬워하며 학문의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으며 대학조교를 거쳐 지금은 학생을 지도하는 입장에 있기도 하다. 정식강사는 아닐지라도 건강이 좋지 않은 스승의 자리를 대신한지도 벌써 2년째다.

이곳에서 생활하다 일주일에 한번 서울에 올라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벽에 일어나 준비하고 떠나면 밤 12시가 넘어야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는 가르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배우러 가는 것이라 했다. 학생들과 열심히 수업하고 내려와 작업대에 앉으면 거침없던 이야기들이 생각나고 오히려 자기가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늘 그렇게 열린마음으로 생활하지만 도예에 대한 그의 철학은 확고하다.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만드는 마음입니다.”

자신의 고민과 땀이 도자기에 배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몰입하지 않고 건성건성 만들면 어느틈엔가 금이 가 완성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양씨인 만큼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의 흙을 갖고 직접 재료를 만들어 빚어낸 도자기이다.

몇번의 실패와 오랜시간의 정정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작품이야 말로 거기에 쏟아진 땀에 비례하여 사람을 끄는 맛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는 도자기는 실생활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생활에 필요하고 쓰임새 있는 생활자기를 만들고 싶어한다. 물론 작품성과 실용성을 함께 겸비한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어서 제대로 이 두가지가 잘 조화를 이루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자신이 만든 작품은 꼭 사용해 본다고 한다.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자기를 만듭니다.”

이것이 그가 만든 작품에서 흙냄새가 물씬나는 비결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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