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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이야기 15 - 15년차 도배사 김윤태(순성면 본리) 씨] “현장에서 잔뼈 굵은 기술과 신뢰로 먹고 살아요”

보조 5년 후 업계에서 도배기술자로 인정 받아 우현선l승인2012.05.28 17:58l(9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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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우리 이웃, 밥줄 이야기>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김윤태(43) 씨의 손에 끈적거리는 풀이 묻었다. 손뿐이 아니다. 바지 자락이며 팔뚝이며 말라붙은 풀 자국이 여럿이다. 김 씨는 틈만 나면 손을 씻었다. 깨끗하게 새 단장한 집을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끈적이는 풀이 온몸에 묻어도 손만큼은 깨끗해야 한다. 간혹 온몸에 흰칠을 한 그를 페인트공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김 씨는 도배사다.
“늘 옷이며 몸에 말라붙은 풀 자국이 천지예요. 그래도 깨끗하게 도배를 끝낸 벽을 쳐다보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아요. 그런 게 보람 아니겠어요?”   

신뢰는 밥줄 지키는 생명력
오전 8시30분, 김씨와 동료 도배사들이 지업사에 모인다. 벽지와 자재를 챙겨 차에 싣고 도배를 해야 할 집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대게 도배는 하루에 한 집 정도로 일이 주어지는데 인력이 부족할 경우 한 집에서 하루를 넘겨 일할 때도 있다. 도배사들은 모두 프리랜서로  대개가 업계 내 인맥으로 일거리가 주어진다.
“지업사마다 책임을 맡는 도배사가 있어요. 흔히 ‘오야지’라고 불러요. 지업사에 도배 주문이 들어오면 ‘오야지’가 일의 규모에 따라 필요한 인력을 정해 도배사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하죠. 당진은 2년 전만해도 20여 명 안팎이었던 도배사들이 최근에는 2배로 늘어났다는 것 같아요. 당진이 개발도시다보니 아무래도 일거리가 많아져서 타 도시에 나가 있던 사람들이 들어온 거죠.”
소속 단체나 회사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도배사들에게 ‘실력으로 쌓은 신뢰’는 ‘밥줄을 지키는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제가 처음에 도배 일을 시작한 전주에는 도배사들이 600명이 넘었어요. 당진은 그에 비해 적죠. 그래서 웬만한 도배사들은 서로 안면이 있어요.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신뢰가 곧 일거리로 이어지기 마련이에요.”

“따로 쉬는 날은 없어요”
그렇다 보니 프리랜서라고 해서 생각처럼 자유롭지만은 않다. 쉬고 싶을 때 쉬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어 편하겠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신뢰도는 실력과 함께 성실함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믿고 생각해서 일거리를 주려고 했는데 쉬고 싶다고 일을 안 하겠다고 하면 그 다음부터 누가 일을 주나요? 그러니 도배사들에게 따로 쉬는 날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간혹 일이 들어오지 않는 날이 쉬는 날이죠. 그러니 좀 힘들긴 해요. 남들처럼 주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김 씨는 동료들과 어울려 일 하러 오는 게 즐겁다고 했다. 좋은 사람들과 꾸준히 일을 할 수 있어 좋다고. 고생한 만큼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것도 도배사라는 직업의 매력 중 하나다.
“돈 생각하면 힘든 줄 모르고 일 하는 경우도 있죠. 돈 벌어 뭐하려고 하냐구요? 아들 둘 키워야죠.”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도배사를 시작한 김 씨는 어머니에게 두 아들을 맡겨 놓고 타지에서 도배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3년 전에 고향 당진에 와서 아들들과 함께 살고 있다. 
김 씨는 15년 전 지인의 권유로 도배 일을 시작했다. 갑작스런 사업 실패로 방황을 하던 그에게 도배는 새로운 시작이었다. 일을 배우는 첫 1년은 많이 힘들었단다. 기술을 전수받아야 하는 일인 만큼 일 배우기가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 힘들게 일한 데에 비해 벌이가 적었다.
“처음에는 그만 둘까도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딱 1년이 지나고 나니 그런 생각 없어지더라고요. 조금만 참고 기술자가 되면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생기더군요.”
김 씨는 “도배는 힘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기술직”이라며 “여자 도배사들이 훨씬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배사 중에는 70대 할머니도 있는 걸요?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는 도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처음에 보조로 일하는 시기를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인 거 같아요. 힘든 일이라는 편견도 있고요.”
김윤태 씨는 고향에 내려와 가족과 함께 살게 된 만큼 더 열심히 일할 생각이다. 그의 소망은 어머니가 오래오래 사시는 것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다.


우현선  mirina16@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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