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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이야기]25년째 새벽 신문을 배달하는 여자

“세상의 첫 소식을 알리는 보람된 일” 우현선l승인2012.06.15 21:14l(9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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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우리 이웃, 밥줄 이야기>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새벽 1시 모두가 잠든 시각, 조미자 씨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서울에서 인쇄된 신문이 센터에 도착하면 곧바로 속지 작업에 들어간다. 광고 전단지를 신문 사이에 일일이 끼워 넣는 작업이다. 지금은 기계가 발달해 일거리가 많을 때는 손수 하지 않아도 되지만 조 씨가 처음 신문 배달을 시작했을 때는 모두 수작업으로 하던 일이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신문을 하나하나 비닐봉투에 넣는 작업도 더해진다. 새벽 3시경이 되면 신문배달 기사들이 하나둘 센터에 도착해 저마다 정해진 분량의 신문을 오토바이에 싣고 새벽거리를 나선다. 조미자 씨가 지국장으로 운영하는 동아일보 북당진센터에서는 송산, 송악, 신평 지역의 신문 배포를 맡고 있다. 5명의 신문배달 기사들이 구역을 나눠 배달을 하는데 보통 새벽 6시가 넘어서야 일이 끝난다. 물론 조 씨도 오토바이에 신문을 실고 배달을 한다. 조미자 씨는 25년간 매일같이 신문배달을 하고 있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릴 무렵 강원도에서 평택으로 이사 와서 처음 신문배달을 시작하게 됐다. 막 보급되기 시작된 컴퓨터를 아이들에게 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당시에는 대게 전국일간지들이 석간신문이었기 때문에 배달은 지금과 달리 오후에 이뤄졌다.
지금이야 일요일에는 전국일간지가 발간되지 않지만 조 씨가 처음 신문배달을 시작할 때는 일요일은 물론이고 명절에도 신문이 발행됐단다. 덕분에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해야 했다고.  배달원으로 시작해 보급소 직원으로 총무일까지 겸하게 된 조미자 씨는 지인의 소개로 당진에 동아일보 지국을 분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2007년에 지금의 북당진센터를 맡아 운영하게 됐다.

“교통사고보다 아픈 일 따로 있죠”
배달 일을 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궂은 날씨다. 조미자 씨도 마찬가지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제 시간에 배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날씨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이제 조 씨에게는 예삿일이다. 항상 종이를 만져야 하니 손이 거친 것도 이젠 대수롭지 않다. 하지만 가끔 발생하는 사고는 매번 아찔하다. 어두운 새벽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 눈길에 넘어지기도 하고 차량에 부딪히기도 했다. 때마다 어깨며 다리가 부러지기도 여러 번이었다. 아직도 적막한 빈 건물에 들어설 때면 무서운 생각이 든다고. 그래도 가장 아프고 속상한 것은 ‘신문배달은 돈 없는 사람이 하는 천한 일’이라 여기는 이들의 시선을 견뎌내는 것이다.
“언젠가는 아파트에 신문대금을 받으러 갔는데 한 여자가 문도 열지 않고 문아래 우유투입구로 돈을 건네는 거예요. 신문배달하는 사람을 어떻게 믿냐는 말투로 이야기 하는데 어찌나 황당하고 화가 나던지요. 뒤 돌아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서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한 소리 해 줬죠.”
조 씨는 “신문은 다른 물건보다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남의 집 신문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가져가거나 신문대금이 밀려도 다른 물건의 외상값처럼 큰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사람들 때문에 속상한 일이 많다”고 말했다.

“새벽 거리, 열심히 사는 사람 많죠”
힘든 일도 속상한 일도 많지만 25년째 신문배달 일을 하고 있는 건 조 씨 나름대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요즘은 덜하지만 10년 전만해도 눈이 와서 배달이 조금 늦어지면 대문 밖까지 나와 신문이 오길 기다리는 분들이 있었어요. 때마다 고맙다고 수고한다고 이야기 해주시는 분들도 많죠. 세상의 첫 소식을 알린다는 보람으로 일하는 거예요. 이른 아침 누군가 저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는 생각에 힘을 내죠.”
조 씨는 “새벽일을 하다보면 나만 힘들게 사는 가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청소부 아저씨며 우유배달 아줌마며 새벽에 부지런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데 여전히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새벽 거리를 달려 신문을 집 앞까지 배달하는 우리를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우현선  mirina16@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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