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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이야기19] 읍내동 영의상실 이영애 대표
“몸에 딱 맞는 나만의 옷을 만들어요”

35년간 한자리에서 의상실 운영
맞춤옷 전문, 일거리 줄어 수선도 병행
우현선l승인2012.07.20 17:11l(9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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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56) 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9시에 의상실 문을 열었다. 읍내동 구 군청사 옆 골목에 자리한 영의상실은 35년째 이 씨가 운영하는 맞춤 전문 의상실이다. 꽃다운 나이에 결혼해 의상실 문을 열었던 새댁은 어느덧 중년의 부인이 되었다. 의상실 안에는 35년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명물들도 여럿이다. 옷감의 가장자리가 풀리지 않게 휘갑치기를 하는 ‘오버로크 미싱’부터 손잡이 가죽이 벗겨지고도 모자라 쇠가 닳아 가늘어진 가위까지 모두 35년 된 골동품들이다. 그뿐인가, 치수를 재는 줄자며 다림질받침, 재봉틀도 모두 35년 전 이 씨가 의상실 문을 열며 처음 산 것 그대로다. 세월이 흘러 손때가 묻고 모퉁이가 잘려나가긴 했지만 성능은 여전히 쌩쌩하다. 명절을 제외하고 하루도 쉬지 않고 이 씨와 함께 일한 덕분에 길이 제대로 들어 새것보다 낫다.

 

이모에게 배운 재봉질, 평생 직업돼 
“이모가 예산에서 의상실을 했었어요. 학교 다닐 적에 방학이면 옷 한 벌 만들어준다는 꾐에 넘어가 의상실에서 일을 했었죠. 그렇게 이모네 의상실을 오가다가 옷 만드는 법을 배웠고 결혼과 동시에 영의상실을 열고 여태껏 문 닫는 일 없이 하고 있어요.”
이 씨가 처음 의상실 문을 열 때만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옷을 맞춰 입었다. 치수에 따라 공장에서 만들어낸 기성복들을 판매하는 옷가게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지금 당진시내에 있는 옷가게만큼 의상실이 있었죠. 그때는 대다수가 옷을 맞춰 입을 때였으니까요. 결혼 예복은 물론이고 평상복도 맞춰 입었죠. 헌데 언제부턴가 기성복 가게들이 늘어났고 이제 당진시내에 의상실은 몇 남지 않았어요.”
옷을 맞춰 입는 이들이 줄면서 일감도 줄어 최근에는 기성복들을 줄이거나 늘려주는 수선을 부업으로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의상실을 고집하는 이 씨처럼 여전히 맞춤옷을 고집하는 손님들이 있다. 대게가 단골손님인데 더러 입소문을 따라 찾아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이 씨의 주 전공은 여성복으로 투피스를 제작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

 

“무조건 똑같은 것보단 내게 어울리도록”
손님의 체형과 스타일에 맞는 ‘세상에 하나뿐인 옷’을 35년 동안 만들어온 이 씨지만 옷을 만들 때 난감한 경우도 있다. 어울리지 않는 옷 사진을 들고와 무조건 만들어 달라는 사람을 만났을 때다.
“똑같이 만들어 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막상 입어보면 어울리지 않을 거란 걸 뻔히 아는데 만들어 달라고 우기면 참 답답하죠. 예를 들어 뚱뚱한 사람이 유행한다고 스키니 바지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경우에요. 옛날에는 연예인 사진을 들고 와서 똑같이 만들어 달라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럴 땐 상의를 해서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손님의 체형이나 피부색깔 등을 고려해 옷감의 무늬나 색깔 등을 바꿔서 만들죠.”

 

단골손님들과의 인연에 행복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수년이 흘러도 변함없이 찾아오는 손님들과의 인연이 가장 큰 보람이다. 학창 시절 교복치마를 줄여달라고 가져왔던 여고생이 아이의 엄마가 되어 찾아오는가 하면, 35년째 이 씨가 만든 옷을 입는 단골손님까지, 얼마 전에는 단골손님의 소개로 인천에서까지 옷을 맞추러 온 이도 있었다고.
“몇 해 전인가, 친정집에 입고갈 옷을 만들어 달라고 필리핀 엄마가 찾아왔어요. 오랜만에 만나는 어머니께 가져다 드리라고 홈드레스를 하나 만들어서 선물로 줬죠. 그게 인연이 되어 요즘에는 사는 이야기, 고민들을 함께 나누며 친자매처럼 지내요. 모두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한 덕분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죠.”
이 씨는 “제일 좋아하는 일을 제일 잘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한 복이 어디있겠냐”며 “재봉질을 하지 못 할 때까지 의상실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우리 이웃, 밥줄 이야기>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우현선  mirina16@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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