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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이야기 20]
당진읍 시장오거리 바렌티노 정대복, 강봉윤 부부
73세 동갑내기 노부부의 구두수선 30년

시장오거리에서 7번 이사, 수제화도 판매 우현선l승인2012.08.13 07:08l(9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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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못 신겠죠?”
“어디 봐요, 이걸 벗겨버리고 이렇게 이으면 되지.”
“아, 정말요? 버릴까 했는데, 이쁘게 해주세요~”


낡아서 버려야 할 것 같은 구두나 찢어진 가방도 정대복 씨의 손을 거치면 새것이 된다. 모든 게 흔해진 요즘 낡은 것을 고쳐 다시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지만, 30년 동안 외길을 걸어온 달인을 찾는 사람들은 외려 늘고 있다.  “요즘 사람들 예전 세대에 비해 부족한 것 없이 산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서민들은 무엇이든 함부로 버리기 보단 고쳐 쓸 줄 알지요. 처음에 수선집을 시작했을 때보다 요즘에 손님이 더 많아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오고.”


정대복 씨는 30년 동안 시장오거리에서 수제화를 팔며 구두수선을 해 왔다. 발 냄새 나고 흙 묻은 신발을 고치는 일. 얕게 보는 이들 때문에 상처받는 일도 있었지만 정 씨는 “돈 내고 가면서도 오히려 고맙다며 인사하는 손님들” 덕분에 보람을 느낄 때가 더 많았다.

늘 곁을 지킨 정씨의 대변인, 아내

홍성이 고향인 정 씨가 당진에 자리를 잡은 건 30년 전이다. 농사를 지으며 막노동을 하던 그에게 구두수선일을 배워보겠냐고 권한 건 아내였다. 구두수선을 하던 한 이웃이 아내를 통해 정씨에게 구두수선을 가르쳐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부자가 되진 못해도 세식구 먹고 사는 건 해결할 수 있다길래 배웠어요. 그래도 처음에는 구두수선을 한다는 게 왠지 창피해서 아는 사람 없는 곳을 찾아서 당진에 오게 됐죠. 시장오거리에 가건물을 짓고 구두수선을 시작했어요.”


생전 바늘 한번 잡아 본 적 없던 정 씨가 수선의 달인이 되기까지 아내 강봉윤 씨는 그의 곁을 지켰다. 30년 동안 늘 집에서 밥을 지어 구두수선가게로 점심과 저녁을 날랐다. 남편이 손님에게 싫은 소리를 들을 때, 나서서 대변인이 되어주고 뒤에서 위로를 해주었던 것도 아내 강봉윤 씨의 몫이다. 수선 기술을 배우진 않았지만 30년 동안 남편 곁을 지킨 덕에 이제는 강 씨도 반전문가다.


강 씨는 “잘 못하지 않은 일로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 듣는 걸 무엇보다 싫어하는 분인데 구두 수선한다고 업신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속상한 일도 많이 겪으셨다”며 “그래도 다른 데 맡겼다가도 도로 우리집에 와서 고쳐달라며 실력을 인정해주는 손님들 덕분에 보람을 느낀다”며 남편을 대변한다.


“30년 동안 이사를 7번 했어요.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다 그렇죠. 그래도 멀리 가지 않고 매번 시장오거리에 있었어요. 가게 이름도 옥스퍼드에서 비제바노로, 다시 바렌티노로 세 번이나 바뀌었어요. 서울에서 수제화를 전문으로 만드는 사람에게 구두를 가져다 파는데 수제화 이름을 따왔죠.”
30년 동안 묵묵히 외길인생을 걸어온 덕분에 단골손님도 늘고,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젊은 손님들도 늘어나고 있다.


정 씨는 “오랫동안 한 곳에서 가게를 하다 보니 단골손님들이 많다”며 “나는 기억하지 못해도 손님들이 잊지 않고 학창시절부터 구두 고치러 다녔다며 다시 찾아오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가 될 만큼 큰 돈 버는 일은 아니지만 내 기술을 인정해주고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하며 산다”고 말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가업으로 이을 예정

정 씨의 주특기는 고장 난 구두나 가방의 지퍼를 수선하고 찢어진 가죽을 새것처럼 잇는 것이다. 물론 오래 신어 닳은 굽이나 밑창을 가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뜯어지거나 찢어진 가죽을 수선하는 일은 손바느질을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정 씨가 자부심을 갖고 있는 기술 중 하나다. 맨손으로 가죽을 자르고 이어부쳐야 하다보니 손 관절이 멀쩡할 리가 없다.


“30년 동안 손으로 가죽을 꼬메고 재봉질을 했더니 이제는 손 관절이 약해져서 힘들어요.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야 하니 팔도 아프죠.”
“올 가을부터는 하나뿐인 아들이 아버지 일을 돕겠다니 한시름 덜었죠.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가업을 이어준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부부는 학습지교사로 일하는 아들이 아버지의 일을 배워 이어나가겠다는 결심을 해준 게 여간 대견하고 고마울 수 없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없었다면 갖지 못했을 마음이다.       

 

[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우리 이웃, 밥줄 이야기>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우현선  mirina16@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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