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서면서 전국 각지에서는 쓰레기매립장 설치 및 운영문제로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간에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 쓰레기매립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안정적인 쓰레기매립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적지 않은 환경.사회문제가 야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고, 해당지역 주민들에게는 환경오염, 지가하락의 주범이자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진군은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장기적인 폐기물매립장의 확보로 쓰레기 해결, 간척지 활용을 통한국토이용의 극대화, 2차 환경오염의 최소화라는 청사진 속에 94년 5월 3일부터 13만 당진군민의 숙원사업인 위생쓰레기매립장 추진에 들어갔다. 그리고 입지선정, 입지 타당성 조사, 환경성 검토, 기본.실시설계까지 마쳤으나 가곡리 주민들의 집단반발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당진군과 가곡리 주민들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쓰레기매립장 설치 공사가 늦어진다면 도로에 쓰레기를 쌓아놓는 등 TV에서나 보아왔던 쓰레기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 조속한 공사진행을 위해 공권력 투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칫하면 주민대표로 뽑힌 행정 책임자가 군민을 상대로 공권력 투입을 요창하게 되는 불행한 사태가 예견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군과 주민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결과가 된다.
우리는 이 사태를 접하면서 어떻게 이런 극한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 원인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원인에 대한 명확한 진단없이 결과에만 매달릴 경우 진정한 해결책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쓰레기매립장 설치 장소인 석문간척지는 석문간척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어민에게 분배하겠다고 농수산부로부터 약속받았던 땅이다.
하지만 매립 이후 농어촌정비법이 바뀌면서 당초 피해어민들과 정부와의 약속은 없었던 일로 되었다.
그런 가운데 군에서 주민들과 상의없이 석문간척지내의 현 부지를 쓰레기매립장 설치장소로 확정한 것이다. 주민들에게는 정부로부터 두 번에 걸쳐 배신을 당한 셈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군의 밀실행정에 있음을 군에서는 통감해야 한다. 군에서는 위생쓰레기매립장이 CELL방식에 의한 준호기성 위생매립방식이기 때문에 환경피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어떤 최첨단 공법이라 하더라도 악취나 소음.분진으로 인한 대기오염, 침출수에 따른 해양오염을 줄일 수 있으나 환경처리를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
때문에 입지선정에서부터 주민을 참여시켰어야 했다. 앞으로라도 군에서는 피해가 예상되는 가곡리 주민들과의 협상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지금처럼 법령에 매달리고 공권력 투입을 통한 해결에 미련을 갖고 있다면 주민의 참여속에 진정한 지방자치를 이룩하고 6.25 이후 최대의 국난을 헤쳐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현대자동차 사태해결이 국가 신인도에 중요한 잣대가 되듯이 위생쓰레기매립장 설치를 둘러싼 주민과의 분쟁을 어떻게 해결하느갸가 민선2기 김낙성 군수의 행정력을 평가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군에만 맡겨 놓은 가운데 중재는 고사하고 현장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는 군의원들에 대한 가곡리 주민들의 거친 항의도 일리가 있다. 법령에 얽매이지 않고 시민단체들로 매립지 선정위원회를 구성, 모든 중재권한을 위임하여 주민동의를 얻어낸 춘천지역의 사례를 보면 지금 우리지역에서 겪고 있는 분쟁이 단순한 지역이기주의가 낳은 사회적 병폐라기 보다 행정. 정치력의 부재에서 오는 문제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리고 더욱 답답한 것은 그 피해를 해당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군민전체가 받아 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