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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에 잔디심고, 빗물 모아두는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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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신재생에너지 활용하는 에너지자립 주거단지
몰락한 공업도시가 친환경도시로 거듭나

 

스웨덴의 친환경 도시 ‘말뫼’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멀지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다.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2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기차에 오르면 30분 만에 말뫼역에 도착한다.
2000년도에 건설된 외레순 다리로 연결된 두 도시는 가까운 거리만큼 두 나라 국민 간의 교류도 활발하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비싼 덴마크 국민들이 거주지는 말뫼에 두고 직장은 코펜하겐으로 다니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을 정도다. 

 

스웨덴 제3의 도시인 말뫼는 항구도시다. 항만시설을 기반으로 1990년대까지 자동차, 조선 등 스웨덴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였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중반 경제침체와 높은 실업률 등으로 위기를 겪게 된다. 이후 말뫼는 다양한 도시재건정책들에 힘입어 친환경, 의료기기, 교육, 통신, 음악 등 지식기반 산업도시로 거듭났다.

현재 전 세계 160개국 국적의 약 28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02년 현대중공업에서 말뫼 조선소로부터 1500톤급 골리앗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사들일 당시, 말뫼 시민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 ‘말뫼의 눈물’로 잘 알려진 도시이기도 하다.

 

 

 

말뫼의 상징 ‘터닝토르소’

말뫼는 1990년대까지 만해도 스웨덴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였지만 최근에는 ‘지속가능한’이란 수식어를 꼬리말처럼 달고 다니는 친환경도시로 거듭났다.
그중에서도 친환경 주거단지인 부(bo) 지구가 대표적이다.

말뫼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달리면 잘 정돈된 주거단지에 도착한다. 말뫼시 북쪽에 위치한 웨스턴 하버(Western Harbor) 내 친환경 주거 모델 구역인 ‘bo 01’에 도착하면 기이한 형태의 높은 빌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터닝토르소(Truning Torso)란 이 아파트는 말뫼가 친환경도시임을 입증하는 대표 건물이다. 1층에서 54층까지 시계방향으로 정확하게 90도 비틀어진 독특한 디자인의 터닝토르소는 147가구가 거주하는 아파트다.

 

 

터닝토르소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탄소배출량 감소와 뛰어난 에너지 효율이다. 1km 거리에 있는 풍력 터빈으로 전기와 태양열, 지열을 생산해 냉난방과 전력을 해결한다.
가구마다 설치된 분쇄기를 통해 나온 음식물쓰레기는 자동차 연료인 바이오 가스로 재활용되고 주민들은 언제든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소비하는 전력, 물 사용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아파트 곳곳에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한 각종 첨단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다.
말뫼는 산업도시라는 낡은 이미지를 벗고 100%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티 오브 투모로우(City of Tomorrow)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해냄으로써 미래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로 이슈가 되고 있다.

 


친환경 주거단지 부(bo)지구

 

금방이라도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듯한 터닝토르소를 지나면 북유럽 스타일의 개성있는 주택들이 밀집한 주거단지가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친환경 주거단지 부(bo)지구다. 현재 16개 건물과 600여 가구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부(bo)는 ‘살다(live)’라는 스웨덴 단어다. 2001년부터 들어선 주택들은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냉난방과 전력을 해결하고 있다.

고개를 들어 주택 지붕을 유심히 보면 한겨울에도 푸른 잔디와 반짝이는 태양광 집열판이 눈에 들어온다. 잔디 지붕은 빗물을 빨아들여 하수의 잦은 범람을 막고 주택 냉난방 효율까지 높여준다고.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집열판으로 햇빛을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 위층으로 갈수록 가분수 형태로 건축된 아파트 테라스 구조도 이색적이다. 주차장은 낮동안 태양열 발전기로 모은 전기로 야간에 조명을 사용한다. 빗물은 지하저장고에 모아놨다가 조경수로 사용한다.

부지구는 말뫼시가 주력하고 있는 100% 에너지 자립이 현실화된 곳이다.
시에서 자체 생산한 풍력과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로 냉난방과 전력을 해결한다. 건물마다 설치된 집열판에서 모은 태양열과 풍력, 지열 등을 사용하고 있다. 부지구의 주택들은 대개가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아파트이며 개중에는 여름휴가철 이용되는 콘도도 있다.

 

[미니인터뷰]

이병성 당진항만(주) 대표이사

이병성 당진항만(주) 대표이사

“우리지역에 걸맞은 대안 찾아야”

“이번 취재는 당진의 미래와 지역사회발전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 의미있었습니다. 덴마크 칼룬버그는 지역사회와 기업, 기업과 기업 간 서로 상생을 넘어 상호 의존적인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세계 최고의 생태도시임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병성 대표이사는 “이제 생태산업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미래 동력의 선진지를 모델로 우리지역에 걸맞은 대안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과거 세계 제1의 조선산업을 자랑하던 말뫼가 친환경도시로 거듭난 모습도 놀라웠다”고 말했다.

김병빈 푸른충남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

김병빈 푸른충남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

 

"생태산단 조성, 지역 전체가 고민해야"

“우리 지역이산업도시로 변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생태산업단지를 더이상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생태산업단지의 효시인 칼룬버그를 다녀온 것은 개인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데 매우 유익했습니다.”
김병빈 사무처장은 “칼룬버그의 긍정적인 부분과 문제점으로 나타난 부분을 우리지역 특성을 감안해서 우리지역에 맞는 생태산업단지를 구축하는데 관심을 더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사회와 주민, 기업, 행정, 전문가들이 함께 생태산단 조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칼룬버그의 심벌시스의 역할과 위상이 매우 중요함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와 같은 기구가 당진에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현대제철 환경관리팀 차장 

신진호 현대제철 환경관리팀 차장 

 

“광역단위보다 지역단위 생태산단 효과적”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충남도, 경상도 등 광역단위로 생태산업단지 시범사업이 진행될 예정인 걸로 압니다. 우리나라에서 시행할 광역단위의 생태산단보다 좀 더 작은 지역적으로 생태산단이다보니 공생관계가 더 잘 이루어지는 것 같더군요.”
신진호 현대제철 환경관리팀 차장은 “(칼룬버그에 다녀와서)광역단위보다는 지역적으로 집약해 생태산단을 조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성공률도 높다는 걸 배웠다”며 “광역단위로 시범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지역 내에서 지역위원회나 심벌시스같은 기구를 구성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 차장은 “주민들이 무조건 반대만 하기보다는 서로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기업을 좀 더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교육과 홍보도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재상 지속가능 상생재단 이사

이재상 지속가능 상생재단 이사

 

“지역, 주민과 기업간 상생이 과제”

이재상 이사는 “칼룬버그를 다녀와서 생태산업단지의 장점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공감하면서도 과연 우리 지역에서 지역주민과 얼마나 상생을 이룰 수 있을 지 현실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칼룬버그의 경우 지역 내 산단 사이에 경쟁보다는 상생구조가 형성되어 있는데 우리 지역은 이미 대규모 산단이 조성되어 있고 많은 기업들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잖아요. 우리 지역에 맞는 상생구조를 모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재상 이사는 “산단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중에는 타르와 같은 오염물질도 있어서 이러한 부산물을 다시 지역산단에서 처리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2차 환경오염도 고려해야 한다”며 “지역과 기업, 주민과 기업 간의 상생의 고리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과제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지속가능 상생재단의 공모사업에 채택돼 당진시대와 지역주민, 시민단체, 기업 대표단이 함께 세계적인 덴마크 생태산업단지 칼룬버그를 다녀왔다. 기획취재단은 지난달 18일부터 23일까지 덴마크와 스웨덴 생태산업단지와 친환경도시를 돌며, 당진에 거대하게 조성되고 있는 산업단지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기획취재에는 이병성 당진항만 대표이사, 김병빈 푸른충남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 이재상 지속가능 상생재단 이사, 신진호 현대제철 환경관리팀 차장, 당진시대 우현선 편집부장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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