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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이야기 3] 바다에 해 뜨고 들녘에 해 넘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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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문면 교로2리

 

 

장구모양 독특한 지형 간척지로 변화

간척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 자리에서 동이 트는 바다와 석양이 지는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던 마을이 있다. 마을의 두 면이 바다여서 황금어장이 따로 없던 마을. 대대손손 자연의 축복을 한 몸에 받아 평화롭던 교로2리의 바다는 드넓은 땅으로 변했고, 그나마 남아있는 해변엔 휘황찬란한 간판이 즐비하게 들어선 관광지로 바뀌었다.
들판 곳곳에는 송전철탑이 거인처럼 우뚝 솟은 데다, 인근에 지어진 화력발전소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지역이 됐다.

 

 

황금어장 자랑하던 마을

“그 땐 이쪽 바다에선 해가 뜨고, 저쪽 바다에선 해가 지는 게 좋은 건 줄도 몰랐슈. 으레 생각하고 살았지. 갯벌에서는 수합(바지락), 굴, 낙지가 많이 잡혔고 꽃게, 숭어, 농어, 갈치, 조기, 원구 … 안 잡히는 게 없었어. 너무 흔해서 버릴 정도였다니께.” (임근규 노인회장)

가장 크게 변한 건 주 어종이었던 김 양식이 모조리 사라진 것이다. 당진화력이 들어서기 전에는 이곳에서 생산된 김을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주로 어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교로어촌계의 규모도 꽤 컸다. 하지만 지금은 주민들의 20% 가량만 어업에 종사하고 대부분은 간척지에서 논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왜가리 목처럼 생긴 왜목마을

교로리(橋路里)는 ‘다리가 되는 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대호방조제가 건설되기 전엔 교로리의 좁은 길목이 석문산과 장고항리를 잇는 다리가 됐기 때문이다. 교로2리를 대표하는 왜목마을에 대한 유래는 여러 가지다. 나무가 누운 형태라는 뜻의 ‘와목(臥木)’이 왜목으로 변했다는 설이 있고, 왜가리의 목처럼 가늘고 길어서 왜목으로 불렸다는 설과 왜놈이 침입했던 목적지였다는 설도 내려온다.

 

 

상여가 드나들던 석문산

왜목마을 해변 끝자락엔 교로2리와 교로3리의 경계가 되는 석문산이 있다. 주민들이 신성시여긴 이 산에는 큰 돌문(石門)이 있다하여 석문산으로 불렸다. 지금은 없어진 돌문으로 상여가 나갈 정도였다고 한다.
바닷가 쪽으로는 병풍바위가 있어, 석문산에 나무를 하러 간 주민들이 병풍바위 아래 그늘에서 쉬었다 가곤 했다. 승적굴이라 불린 절은 한때 매우 번창했었지만 “빈대 때문에 망했다”는 설이 내려오고 있다.

간척사업과 화력발전소가 건설되면서 마을의 모습은 빠르게 변해갔다. 마을사람들이 떠나갔고, 개발로 인한 주민 간 갈등의 씨앗이 싹텄다.
하지만 여전히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손수 지역을 가꾸고 보살피는 데에 발 벗고 나선다.
우리마을 사랑운동을 시작한 이래로 상을 놓쳐본 적이 없을 정도다. 마을사람들의 지역에 대한 사랑과 관심 덕분에 아름다운 교로2리의 명맥이 꾸준히 이어져 오는 것이다.

 

[우리마을 주민대표]

 

(사진 왼쪽부터) 임관택 이장, 강사숙 부녀회장, 임근규 노인회장, 임준택 지도자

 

“지금은 바다로 지는 해는 볼 수 없지만 드넓은 논으로 떨어지는 석양 또한 장관이에요.”
임관택 이장은 9월 경 벼가 누릇하게 익어가는 들판으로 붉게 떨어지는 태양은 교로2리의 또 하나의 멋진 광경이라고 자랑했다.
마을이 개발로 인해 옛 모습을 많이 잃고 환경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임근규 노인회장은 “많이 변하긴 했지만 마을 사람들이 아직도 우애가 좋아 명절 때면 집안을 가리지 않고 어르신들에게 세배를 하러 찾아온다”며 “주민들이 인정이 많고 어른을 섬기는 문화가 잘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로 인한 마을이 변화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마을을 잘 이끌어 오고 있습니다. 마을회·노인회·부녀회·청장년회가 서로 상부상조 하고 있지요.”

<편집자주>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이다. 이는 지금의 당진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당진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바다가 메워져 들판이 되고, 산이 깎인 자리에 공장과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렇게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만큼 전통마을의 모습은 물론 사람들의 문화와 가치관도 함께 변해간다. 이에 본지는 ‘우리마을 이야기’라는 기획을 통해 마을의 모습과 사람들이 전통을 이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기록해 두고자 한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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