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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13.06.25 08:21
  • 호수 966

[지역경제 현장을 가다1] 당진재래시장
장기간 경제 침체에 재래시장 상인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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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보다 어렵기는 처음”
장날 손님 없어 낮잠 청하는 상인들도

▲ 지난 20일 당진재래시장이 열리던 날. 중앙길은 그나마 사람들이 북적이는 반면 어시장을 비롯한 각 골목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채 한산했다.

“어렵다, 어렵다 해도 이렇게 어려운 건 장사 반평생에 처음 있는 일이유. 평상시에는 장 보러오는 사람은 거의 없을 뿐더러 장날에는 시장 5거리에서부터 대덕동 시장교까지 이어지는 중앙길에만 사람들이 북적일 뿐 시장 골목으로는 발길이 끊긴지 오래여.”
지난 20일, 닷새마다 한 번씩 열리는 당진재래시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비록 많은 지역민들이 장을 보러 나왔지만 예전만은 못하다. 사람 가득해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이던 시장은 사라지고 그나마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상품 구경이나 먹거리 구경에만 열중이다.

당진재래시장 중앙길 좌판에서 20여년 가까이 나물을 팔아왔다는 박숙자 씨는 “당진재래시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많이 끊긴 상태”라며 “상인들이 손님들보다 많을 때도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있는 손님들도 쉽게 지갑은 열지 않는다. 가벼워진 장바구니처럼 사람들의 지갑 역시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손님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갈치 있어요. 고등어도 있어요”라며 목청을 높이지만 지나간 발길은 쉽게 돌아서지 않는다.

 

발길 끊어진 어시장과 골목상권

건어물 좌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자 씨는 “그나마 있는 손님들도 가격을 물어보고 이것 저것 둘러보고는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예전 같아서는 주변 상인들과 대화할 시간도 없었는데 요즘은 손님과 대화하는 시간보다 주변 상인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다”고 말했다.
중앙길을 중심으로 당진시장북길, 수산시장이 마련된 당진시장길, 당진시장서길 등에 자리한 상점은 더욱 한산했다. 장날에 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좌판이 늘어선 중앙길에서 장을 보는 게 대다수다.

장날에도 손님이 없어 길에 물이라도 뿌리면 손님이 오지 않을까, 앉아만 있어 무뎌진 몸을 움직이다. 몇몇 상인들은 찾아오지 않는 손님들에 지쳐 잠을 청하기도 한다. 재래시장에서 일 좀 해봤다는 이들은 장날 잠을 청한다는 생각은 가져본 적 없는 이들이다.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했고 어느 상인보다도 목소리 크게 손님을 불러 모아야 했다. 이렇게 생기 넘쳤던 어시장은 이제 텅빈 거리와 무기력해진 상인들의 모습이 대신하고 있다.
동양청과 유원준 씨는 “경제가 너무 좋지 않다”며 “농협을 비롯한 대형마트들이 입점하고 어시장 재건축이 출입구 문제로 지연되면서 분위기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대성닭집 김상숙 씨는 “당진재래시장이 5일장으로 운영되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어 장날 외에는 손님을 구경하기는 어렵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한 푼이라도 벌어 보려 몇몇 상인들이 평일에도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소문난순대국밥 김춘화 씨는 “지난 4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며 “농번기가 시작되더라도 장날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던 골목이 조용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늘어나며 지역상권 죽어

저녁이면 시장 풍경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낮이고 밤이고 북적여야 하는 시장은 최근에는 오후 5시 정도면 가게를 정리하고 퇴근을 준비하는 상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지역 재래시장은 퇴근 시간을 이용해 장을 보러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저녁시간에도 불을 밝히는 곳이 많지만 당진재래시장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오전, 오후 내내 잘 되지 않았던 장사를 저녁까지 길게 끌고 가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내 곳곳에 대형마트들이 입점하면서 젊은 층의 손님들의 발길이 돌아서면서 적었던 손님마저도 없는 상황이다. 저녁시간이면 얼마 되지 않는 손님들을 위해 수많은 상인들이 불을 밝히기도 어렵고 손님들은 한 장소에서 원하는 물품들을 모두 구매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꽃젓갈 대리점 김옥분 씨는 “당진에 유입인구가 늘고 있지만 저녁시간에는 전혀 사람들을 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늦은 저녁 시간에는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이 많아 낮이고 밤이고 재래시장 골목은 적막하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한국경제가 지속적인 물가상승률과 소비부진, 부동산 침체, 초고령화 진입 등 총체적 부진 증상을 보이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경제를 비롯한 국제경제까지 장기불황을 맞이한 지금 지역의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본지는 지역 상권과 금융권들을 중심한 <지역경제 현장을 가다>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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