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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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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국회 교육문화관광위원회에서 신문산업진흥법안을 심의했는데 전문가 자격으로 공청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서울 다녀온 지가 언제인가 기억나질 않아 코레일 기차표 예약정보를 확인해보니 석달도 넘었다. 필자는 서울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녔고, 어머니와 동생들이 서울에 살고 있다. 그러나 서울에 가는 일은 가급적 피한다.

서울 방문을 귀찮은 정도를 넘어 이제는 싫은 일이 됐다. 특히 장마철 찜통으로 변한 서울 도심에 들어가는 일은 생각만해도 불쾌하다. 그래도 필자의 전공분야인 신문산업과 관련한 국회공청회 발표 요청도 거절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아 승락하긴 했지만 영 발걸음이 내키지 않았다.

서울행을 기피하다 보니 어릴 적 친구들을 많이 잃었다.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참 재미있고 좋은데, 서울가서 만나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가끔 전화로나마 안부를 묻던 고교동창들과 대학동기들도 그나마 교류가 끊겼다.

필자가 특별히 서울을 낯설어하거나 혐오하는 것은 아니다. 어릴적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고, 사춘기 친구들과 함께 질풍노도 하던 곳이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해서 첫 보금자리를 꾸린 곳도 서울이다. 딸 아이도 서울에서 태어났다. 심지어는 군대 생활 32개월도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모두 보냈다. 지하철 노선이 복잡해 미숙한 것 외에, 서울은 필자에게는 여전히 친숙하고 익숙한 곳이다.

서울을 떠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서울사람들과 서울생활을 동경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필자와 같은 사람들은 의문의 대상일 것이다. 필자와 같은 대학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교수들은 서울이나, 서울 인접 도시에 주거지를 두고 있다. 어릴 적 시골에서 흙장난하며 성장했지만 일단 고향을 떠나고 나면 서울이나 도시생활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직장을 은퇴하고 전원주택으로 이주하는 베이비부머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대부분 서울과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자리를 잡는다.

필자 부부는 30대 중반에 시작해 20년째 서울을 버리고 시골생활을 하고 있다. 필자가 고향인 서울을 기피하는 이유는 편리한 서울생활을 포기한 대신 많은 것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시골생활의 불편함은 무척 많다. 전화만 하면 뭐든지 배달되는 서울시민의 특권을 누릴 수 없다. 비가 안오면 텃밭채소가 걱정이고, 장마철이 되면 집주변 도랑 청소를 해야 한다. 자녀교육도 쉽지않고, 빠르게 변하는 시류에 뒤쳐지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일상의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 불편을 감수하면서 시골살며 얻는 것들이 있다. 흔히 말하는 공기 좋은 것 말고도 무척 많다. 필자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혼자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낯선 사람들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어색해하거나 긴장할 필요없고, 아랫집 윗집 눈치보면서 살지 않아도 된다. 남들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 신경쓸 필요도 없다. 비싼 캠핑장비를 사들고 난민촌처럼 빽빽한 오토캠핑장에 갈 이유도 없다.

무엇보다도 갖가지 새 소리와 이슬맞은 풀냄새로 시작하는 여름아침이 좋다. 맑은 날 아침도, 비오는 아침도, 눈 쌓인 아침도 모두 좋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홀로 맞는 고요한 아침이 좋다.
서울가는 기차에 몸을 실으니, 비좁은 열차 좌석을 빼곡히 채워 앉은 사람들 모두 옷매무새가 세련되고 피부도 희고 곱다. 서울가는 촌놈에게 승객들의 잠담소리와 열차소음이 쉬지않고 밀려왔다. 내일 아침을 기대하면 오늘 하루를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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