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운수 윤상구 차장은 현재 당진중앙도서관 직장인 독서회 멤버다. 1년 6개월 전 부터 운영되고 있는 직장인 독서회는 당진스포츠문화센터 5층에서 매일 2회의 모임을 갖고 추천된 책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윤 차장은 “평소 정치나 경제 분야의 책을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혼자 읽다 보니 책을 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직장인 독서회는 회원 간 다양한 분야와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차장은 경제 분야에 관심이 많다. 최근 ‘거품 경제’에 관계된 내용에 흥미를 가지고 있던 중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를 다시 접했다. 처음 <화차>를 읽었을 때와 달리 왜 여자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르고, 파멸로 걸어 들어갔는지 이해하게 됐다.
2012년 이선균, 김민희 주연의 영화 <화차>로 인해 미야베 미유키의 원작 소설 <화차>가 주목 받았다. <화차>는 과거의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을 꾸리며 행복해지고 싶었던 한 여성이 지긋지긋한 과거를 어떻게 해서든 털어내고픈 모습을 다룬 소설이다.
<화차>는 일본의 거품경제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일본은 1985년 당시 선진 5개국과 플라자 합의를 하면서 엔화 상승과 국내 금리 하락으로 버블경제를 초래한다. <화차>는 이 버블경제로 경기가 좋아지고 부동산, 주식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만능주의를 불러내고 신용카드의 도입으로 사치가 늘어난 것에 대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뱀이 탈피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목숨 걸고 몇 번이고 죽어라 허물을 벗다보면 언젠가 다리가 나올 거라 믿기 때문이래요. ‘이번에는 꼭 나오겠지, 이번에는…’ 하면서.”
윤 차장은 이 구절을 빨간 펜으로 표시해놓고 곱씹어 읽어본다고 한다. 뱀은 다리가 필요 없다. 하지만 다리를 갖고 싶어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허물을 벗어낸단다.
그는 “뱀이 다리를 가지고 싶어 하는 욕망은 곧 사람이 물질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철원에서 군 생활을 오래한 윤 차장은 “군대는 계급에 따라서 움직일 뿐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만큼만 살아왔다”며 “사회에서는 결혼을 고려할 때조차 서로의 조건을 보고, 친구들과 만날 때도 좋은 것만 보여주게 되면서 사람들이 점점 자신감도 결여되고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차장은 “그럴 때마다 <화차>를 다시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며 “<화차>를 통해 마음이 새롭게 정화되고 다시 돌아와 현실과 부딪힌다”고 말했다.
읽은 이가 밑줄 친 구절
꿈을 꾸기로 마음먹으면 간단하죠. 하지만 그러려면 군자금이 필요하고, 돈이 있는 사람이야 자기 돈을 쓸 테죠. 그러니까 자기 돈이 없이 ‘빚’이라는 형태로 군자금을 만드는 사람은 쇼코처럼 되는 거예요. 그 애한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넌 설령 자전거조업으로 돈을 빌리더라도 맘껏 쇼핑하고, 사치하고, 비싼 물건에 둘러싸이면 네가 꿈꾸던 고급스러운 인생을 실현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행복했던 거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