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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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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주 오랜만에 들린 서울의 대형서점에서 특이한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신간 코너에 진열된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책이었다. 책의 목차를 훑어 보니 서울을 떠나 지방에 정착한 9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자들은 한 때 서울에 살다가 각자 다양한 이유로 서울을 떠나 지방에 정착한 사람들로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에 각각 살고 있다. 경기도로 이주한 사람들은 저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책을 만든 출판사 사장도 저자 중 한 명인데, 경남 통영으로 이주해 ‘남해의봄날’이라는 출판사를 차렸다.

저자들은 서울을 탈출했다는 점 외에도 또 다른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직업 측면에서 디자이너, 대학교수, IT회사 직원, 가수, 연극인, 번역가, 블로거, 출판 사업자 등 소위 지식노동 혹은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저자들의 서울탈출기는 귀농자나 은퇴자들의 그것과는 다른 점이 많다. 책의 부제는 ‘경쟁에 내몰린 3040지식노동자들의 저녁이 없는 삶’이다.

물론 서울을 포기하고 지방에 정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귀농귀촌도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하던 일을 지방에서 계속하기는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경제적인 난관도 문화적인 난관도 있다. 저자들이 경제문제를 해결한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많이 일하고 많이 소비하는 서울의 생활방식 대신 많이 쉬고 적게 소비하는 지방의 생활방식을 선택했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한 또 다른 방법은 정부의 각종 지방문화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문화적인 걸림돌도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였다. 이웃에겐 냉담하지만 소비자들에겐 친절한 서울의 문화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이웃에게 친절하고 소비자에겐 냉랭한 지방의 촌스러운 문화를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문화적인 충격과 차이는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토착민들은 서울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주자들은 토착민 문화에 순응하면서, 이질적인 사람들이 새로운 지역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서울사람들의 지방이주가 새롭거나 놀라운 현상은 아니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소개되는 서울을 떠난 사람들은 대부분 귀농자나 은퇴자들이고 그런 부류가 아니면 예외적이고 특이한 사람들로 소개되곤 했다. 그런 기사를 쓰거나 방송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 대개 서울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이외수와 같은 유명인사나, 아니면 산 속에 들어가 세상을 등지고 사는 은둔자들이 서울탈출기의 주인공이었다.

반면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은 서울사람들의 관점도 아니고 지방토박이의 관점도 아닌 서울탈출자 본인들의 관점으로 서울탈출을 묘사했다는 점이다. 서울을 떠나면 인생의 종말이라도 올 것 같이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나, 서울을 떠나 지방에 정착하는 이웃들을 경계하고 의심하는 사람들의 관점이 아니라 서울을 떠난 사람들이 스스로의 관점에서 서울탈출-지방정착의 과정을 설명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책의 내용적 측면에서 헛점이 보이기도 한다. 굳이 서평을 하자면 아주 잘 만든 책은 아니다. 어떤 저자는 서울탈출-지방정착과 무관한 자기 직업 얘기로 상당한 지면을 채우기도 한다.
저자들이 서울탈출-지방정착 과정에서 겪은 개별 경험 중에서 보편적 공통점들을 보다 상세하게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9명의 저자들을 어떤 기준으로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공동저자로 엮어서 책을 꾸몄는지 설명이 없는 점도 아쉽다.

그래도 서울생활에 지친 사람들과 지방생활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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