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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시론]캐나다 로키산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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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올 여름방학엔 오랫동안 꿈꿔왔던 소망 하나를 실천했다. 북미 캐나다 로키산맥을 자전거로 달리는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로키산맥 중 극히 일부인 캐나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 Parkway) 300km를 일주일에 걸쳐 완주했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자전거 라이더들에겐 꿈의 도로이지만 그 꿈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해발 1500m에서 2000m를 오르내리는 고산지대이고, 도로의 눈이 녹은 6월부터 9월까지만 자전거 통행이 가능하다. 300km 중 음식조달이 가능한 휴게소는 3곳 뿐이다. 숙박시설도 적고 매우 비싸기 때문에 도중에 캠핑을 해야한다. 고산지대에서 식량과 캠핑장비를 잔뜩 싣고 자전거를 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필자는 조금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식량과 캠핑장비는 자동차로 이동하고 자전거는 사람만 싣고 갔다. 그러기 위해선 히말라야의 셰르파처럼 짐을 옮겨줄 사람이 필요했다. 대신 등짐을 지고 나를 필요는 없고 자동차로 옮겨주면 되었다. 필자의 아내가 셰르파 역할을 잘 해줘, 산악자전거 동호회원 2명과 함께 로키산맥 원정을 무사히 마쳤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시작점인 밴프는 캐나다 서부 밴쿠버에서 800km나 떨어진 곳이다. 캠핑장비와 10일치 식량, 그리고 자전거 3대를 소형 트럭을 빌려 밴쿠버를 떠난지 10시간만에 밴프 캠핑장에 도착했다. 미국 유학생 시절 어린 딸을 위해 캠핑을 한지 근 20년만에 캠핑장을 다시 찾았다.

올 여름 북미 지역 전역이 30℃가 넘는 열기로 덮였지만, 로키산맥 지역 낮기온은 20℃ 내외였다. 대신 밤에는 4-5℃로 기온이 크게 내려갔다. 텐트에서 슬리핑백으로 잠을 자기에는 조금 추운 날씨였다. 비록 야영생활은 힘들었지만 한 여름 눈 덮힌 로키산맥 준봉을 좌우로 두고, 빙하가 녹아 형성된 계곡을 따라 달리는 느낌은 그야말로 대자연의 신성함과 아름다움에 경탄할 수 밖에 없었다.

캐나다 국립공원의 캠핑장은 정부에서 운영하는데, 로키산맥 지역의 캠핑장은 특히 규모가 대단했다. 수백대의 캠핑카와 수천명의 야영객을 수용하는 야영장들은 그 반경이 거의 4km에 달했다. 로키산맥 캠핑장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온 가족이 아예 이사를 온 것 처럼 대형 캠핑카에 자동차와 자전거까지 싣고 온 사람들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밤 늦게 혼자 도착해 다음날 새벽 일찌감치 길을 떠나는 외로운 사람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야영장은 무척 조용했다. 왁자지껄한 국내의 오토캠핑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워낙 넓기도 했지만 공공장소에서 남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지 않는 캐나다인들의 생활방식이 야영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캐나다 정부에서 운영하지만 캠핑장 사용료는 저렴하지 않았다. 2인용 텐트 2개를 칠 수 있는 캠핑사이트 하나의 하루 사용료는 27달러였다. 모닥불을 피우려면 8달러를 추가로 내야 했다. (목재가 흔한 캐나다인지라 장작은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관광지 바가지 요금은 경험하지 못했다. 호텔 숙박료는 매우 비싸지만, 식료품이나 식당의 음식값은 다른 도시와 큰 차이가 없었다. .로키산맥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들린 태평양 연안 밴쿠버 섬의 물가도 마찬가지였다.

오지 중의 오지나 다름없는 로키산맥이나 밴쿠버 섬 태평양 해안가에 젊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놀라웠다. 파도타기가 좋아 항구도시 슈퍼마켓 상점에서 일하고, 스키가 좋아 밤엔 식당에서 서빙하고 낯엔 스키장을 질주하는 캐나다 청년들을 보면서 스펙쌓기와 취업준비에 몰두하느라 청춘을 빼앗기는 한국의 청년들과 비교되었다. 캐나다엔 한국교민들도 많다는데 캐나다 로키에선에선 만나기 힘들었다.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일하느라 쉴새가 없기 때문인 것 같아 씁쓸했다. 여름휴가를 일상의 일부로 여기며 차분하게 보내는 캐나다인들처럼 한국의 휴가문화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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