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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시론]디트로이트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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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미국의 망가진 도시들(America's Broken Cities).’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최근호 표지의 제목이다. 부제목은 “디트로이트의 생존투쟁에서 얻는 교훈(Lesssons from Detroit's fight to survive)”이다.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인구 70만의 도시인 디트로이트 시는 지난달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거둬들이는 세금으로는 지출을 감당할 수 없고, 채권 빚도 갚지 못할 지경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빚에 몰린 개인이나 회사가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 하지만 지방정부가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의 지방정부는 전통적 지방자치제도에 따라 지역주민과 기업으로부터 걷는 세금으로 운영한다. 중앙정부인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따라서 각 지방정부는 상황에 따라 적절한 규모의 예산을 수립하고, 세금을 걷어야 한다. 재산세가 주요 세수원인데 소득세나 법인세, 판매세(sales tax)를 징수하는 지방정부도 있다. 지하철이나 공항건설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기도 한다. 세금이 걷히지 않고, 채권도 팔리지 않으면 지방정부는 각종 행정서비스를 축소해야 하고, 더 이상 빚도 얻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파산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

디트로이트의 파산이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디트로이트처럼 큰 도시가 파산신청을 한 경우가 없었다는 점이다. 디트로이트의 현재 인구는 70만으로, 한국의 도시에 비교해본다면 전주(65만)보다 크고 안산시(71만) 보다 조금 적다. 그러나 프로축구, 프로야구, 프로농구 팀을 갖고 있는 도시로, 미국에서 인구규모로도 18번째로 큰 도시이다.

디트로이트의 파산이 주목받는 두 번째 이유는 디트로이트가 한 때 미국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1950-1960년대 미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디트로이트는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도시였다. 특히 미국산 자동차 생산과 판매가 급증하면서 “자동차 도시(Motor City)"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의 본사가 디트로이트에 위치했고, 자동차 생산공장이 도시주변을 에워쌓다. 미국 흑인 음반문화 산업의 핵심인 모타운 등, 문화산업도 동반성장했다.

그러나 일본산 자동차를 시작으로 외국산 자동차가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미국 자동차산업은 쇠퇴하기 시작했고, 더불어 디트로이트도 쇠락기에 접어들었다. 1950년 185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지금은 그 절반 이하로 줄었다. 자동차산업 쇠락과 더불어 심화된 도시 내 인종갈등, 부정부패, 방만한 도시경영 등을 디트로이트 파산의 원인으로 미국 언론은 지목하고 있다. 연방정부지원과 대량해고 덕분에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런 대수술을 감행하지 못한 디트로이트는 파산선고 신세가 됐다.

지난 30여년간 디트로이트는 지방정부 몰락의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 자동차 경기가 침체되었지만 방만한 지방정부 운영은 중단되지 않아 세금 부담은 올라갔고, 기업과 시민 모두 도시탈출 대열에 합류했다. 세금을 내는 기업과 시민이 줄면서 행정서비스와 복지서비스는 축소되었고, 실업율은 크게 증가했다. 올해 4월의 디트로이트 실업율은 16%로 미국 전국평균의 2배를 넘는다. 빈 건물이 늘면서 부동산 가격은 하락했지만 구매할 만한 재정적 여유를 가진 사람들은 드물었다. 점차 도시의 빈집과 빈 건물이 늘어나면서 범죄가 늘었다. 디트로이트는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율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가 됐고, 범죄에 대한 공포는 시민들로 하여금 더욱 디트로이트를 떠나게 만들었다.

기업유치와 도시규모 확장을 금과옥조로 삼는 한국의 지방정부 지도자들이 디트로이트에서 얻는 교훈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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