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한 관료 이의무 선생
송산면 도문리에는 조선 중기의 문신 이의무 선생의 신도비가 세워져 있다. 신도비는 왕이나 2품 이상의 고관들의 업적을 기록한 비로 보통 무덤의 동남쪽에 세워진다. 이의무 신도비는 그의 아들 이행 공이 좌의정을 지내며 아버지를 추증하기 위해 세워졌다 한다.
이의무 선생은 관직에 있는 30여년 동안 재물을 모아본적 없이 살았을 정도의 청백리의 상징이다. 또한 그의 셋째 아들 이행 공 역시 좌의정까지 지냈음에도 사치가 없어 부자 대대로 선비의 표상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덕수 이씨 연헌공파 문중이 당진에 자리잡은 시기는 이의무 선생의 아들 이행 공 때부터라 한다.
거북과 용이 머무는 신도비
이의무 선생의 신도비는 충남도 기념물 제185호로 낮은 거북 모양의 받침돌에 비몸을 세우고 머릿돌을 올린 모습이다. 머릿돌에는 구름 속에서 두 마리의 용이 다투는 듯한 형상이 새겨져 있다. 신도비를 받치고 있는 거북 모양의 돌은 마멸이 심해 받침돌을 새로 만들어 놓았다.
덕수 이씨 문중에서는 신도비의 원형을 복원해 능안의 초입에 세워 둔 상태다.
능안에서 생태공원으로
신도비가 세워진 능안 생태공원부터 인근의 창택산에 이르는 넓은 땅이 모두 덕수 이씨 문중의 사유지다. 덕수 이씨 문중에서는 이 땅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생태공원과 둘레길을 조성해 쉼터로서 활용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 또한 예초와 쓰레기 줍기 등을 통해 주변환경을 가꾸는데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송산 라이온스 클럽에서 둘레길을 걷는 등산객을 위해 에어콤프레샤를 설치했으며 현대제철의 임직원들 또한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연못에 연꽃을 식재해 안전하고 아름다운 문화 공간 조성에 협력하고 있다.
인터뷰 이재상 덕수 이씨 문중 재무
“생태공원 주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이재상 씨는 당진의 덕수 이씨 문중 총회에서 재무직을 맡고 있다. 그에 따르면 처음 능안을 개방한다는 의견이 나왔을 때 총회에서는 크게 반발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조상님들을 모신 사유지를 개방한다는 게 부담스럽죠. 다른 분들이 주변 환경을 어지럽히면 후손된 입장에서는 조상님들께 죄송하고 그곳을 정리하는 건 고스란히 저희 문중에서 해야 하니 마음이 내키지 않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송산 지역의 주민들은 개방된 생태 공원과 둘레길의 환경 조성에 일조하며 덕수 이씨 문중의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이 씨는 “주민들에게 언제나 감사한다”며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상생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아무리 사유지라도 문화재가 있는 공간인 만큼 개발과 보전이 중요하다”며 “지역의 역사이자 쉼터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편집자주]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문화유산과 문화유적 그리고 후손에 전해줘야 할 가치를 가진 무형문화재가 많이 있다. 그러나 이 문화유산들은 단순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장되거나 잊혀지며 훼손되고 있다. 본지는 지역의 숨어있는 명물과 문화유산을 발굴해 보도해 당진의 관광산업 발전과 지역의 문화유산 보존을 도모하고자 한다.
※ 이 기획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