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당진시대 시론]발전소와 송전철탑 증설의 악순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당진시대 편집자문위원

군 복무 시절의 이야기다.
무슨 이유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선임 몇 명이 모금을 한다며 부대 내에서 커피를 팔았다. 같은 부대원들이니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다들 PX 앞에 있는 자판기를 이용하지 않고 기꺼이 100원 더 비싼 커피를 사마셨다. 그런데 하루는 선임 한명이 부대원들 앞에서 하소연을 했다. 커피를 팔다보니 부대원 중 몇 명이 커피가 너무 진하다며 물을 좀 더 부어달라고 해서 해줬더니 이번에는 물을 너무 부어 싱거우니 커피를 더 타달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커피를 몇 곱으로 불려 먹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니 뭐가 남느냐고 그 선임은 한탄을 했다.

우스갯소리로만 들을 수 없는 것이 정부의 전력정책이 꼭 이런 식이기 때문이다.
우선 전기가 부족하다며 특정 지역에 석탄화력발전소 2기만 짓겠다고 하고 착공에 들어간다. 그 다음에는 생산된 전기를 생산지까지 보내야 한다며 송전철탑을 건설한다. 그 다음은 송전을 위한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으니 발전소를 더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그래서 발전소를 증설하면 이번에는 발전용량이 너무 커져 기존 회선으로는 계통이 불안정하다며 송전선로를 추가 건설한다. 그 다음이 또 문제다. 송전선로를 증설하게 되면 송전용량이 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이미 송전 인프라가 구축된 이 지역에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발전소가 송전선로의 추가 건설을 불러일으키고 송전선로가 발전소 증설을 야기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얼마 전 드러난 당진화력-신서산변전소 간 765kV 송전선로 추가 건설 계획안은 지역사회에 일파만파 충격을 던지고 있다. 몇 년 전에도 765kV 송전선로에 700만kW의 전력을 송전하는 것은 매우 무리이며 자칫 수도권 대정전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765kV 송전선로를 추가 건설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긴 했다. 그러나 내부고발자의 증언이나 확실한 증거가 없었으므로 문제시하기 어려웠기에 우여곡절 끝에 물증이 나왔다.

전력거래소가 2012년 12월에 작성한 보고서 ‘2012년 중장기 전력계통 운영전망’에 따르면 ‘당진TP 발전단지 연계계통 765kV 송전선로 보강대책’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당진지역의 발전설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접속설비는 765kV 당진화력-신서산변전소 간 1루트에 불과하다.  또한 2016년에 당진화력 10기와 동부화력 2기를 합해 발전용량이 모두 710만kW에 이르는데 지금의 765kV 선로 고장 시 대규모 수도권부하 차단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는 “송전선로 1루트(2회선) 고장 시 대규모 발전기 차단 및 부하 차단이 불가피하며 특히 당진화력-신서산변전소 간 1루트 고장 시 대규모 발전기 정지, 주파수 저하 및 전압 강하로 대정전이 불가피하고 전 계통 불안이 매우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보강방안으로 “당진화력-신서산변전소 간 765kV 송전선로 신규 루트 1회선을 신속히 건설 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기존 당진화력과 함께 동부화력의 건설로 인해 발전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 765kV 송전선로의 계통불안으로 765kV 선로를 추가 건설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만약 765kV 송전선로가 추가 건설된다면 송전할 수 있는 여유 용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발전소 추가 증설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동부화력이 왜목마을 옆에 후보지를 정한 이유의 하나도 기존 765kV 송전선로로 인해 송전 여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만약 765kV 송전선로가 추가 건설된다면 동부화력이 추진하고 있는 50만kW급 발전소 2기 외에도 발전소를 추가 건설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전력거래소는 향후 예상되는 계통 불안정에 대한 잘못된 처방을 내리고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계통 불안정에 대한 가장 확실한 해결방법은 송전선로를 더 건설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 계획 단계에 머물고 있는 동부화력을 백지화하는 일이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