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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인문학에서 길을 묻다 1] 고병헌 성공회대 교수
희망의 인문학 “존재가 희망이 되다”

매주 수요일 저녁 시립도서관에서
“현대판 노예 벗어나 자유인 되길”
임아연l승인2013.08.24 16:42l(9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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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목말라 있었던가 싶다. 인문학. 말만 들어도 꽤나 고리타분한 이 학문에게 길을 묻고자 황금 같은 수요일 저녁시간을 내놓고 제 발로 찾아 걸어 들어온 이들이 무려 100명이 넘었다.

“부자되세요~”, “당신이 사는 집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줍니다.” 끊임없이 경쟁하며 달려야 했고 ‘글로벌 스탠다드형 인간’이 되라고 학창시절부터 채찍질 당했다. 얼마나 피로하게 살아왔던가. 대학에서 철학과와 사학과가 폐지되는 상황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겠다는 시민들이 이렇게나 많이 모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7개의 당진시민사회단체(당진환경운동연합·당진참여자치시민연대·당진YMCA·당진문화연대·여성유권자연맹 당진지부·민주노총 당진시위원회·당진민들레대안센터)로 구성된 당진시민대학(학장 이재만)이 지난 21일 개강했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 인문학 강의는 오는 12월까지 총 15개의 강의가 이어진다.

고대철학부터 미학, 대중강좌까지 주제에 따라 강사는 달라진다. 현재 계획된 강사는 박준영 수유너머N 연구원과 최진석 충북대 연구교수를 비롯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핫’하게 떠오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포함돼 있다. 

첫날 강의는 성공회대 교양학부 고병헌 교수가 맡았다. 그는 ‘왜 인문학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문학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믿을 수 없겠지만 두 시간 남짓 이어진 인문학 강의가 단 한 번의 휴식도 없이, 자리를 뜨는 이들도 없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당신의 존재 자체가 희망이 돼야 하지 않겠어요? 대체로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학력이 높고, 돈이 많고, 사회적 성공을 거뒀고, 실패가 적었다 보니 자신의 삶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어요. 정치인이나 재벌과 같이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굳은 신념이 방향을 잘못 트는 순간 흉기가 될 수 있습니다. 존재 자체가 흉기가 될 수도, 희망이 될 수도 있는 거에요. 이게 바로 인문공부가 나에게 필요한 이유이지요.”

신영복 선생은 ‘자유’란 ‘자기이유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자유인은 ‘자기이유를 찾은 사람’이고, 자유인이 되기 위한 것이 인문학 공부라는 것.

“사회가 규정한 말과 개념, 그 문맥 안에 갇혀 현대판 노예로 살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내 손으로 선택했다고 해서 그게 마치 자기생각인 양 착각하고 살지만 잘 살펴보면 사회가 규정한 틀 안에서 자기이유를 발견하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지요.”

고 교수는 인문학 공부를 통해 내가 규정한 말과 개념, 나만의 문맥을 한올, 한올 엮어가길 당부했다. 그는 “본능적 삶에서 성찰적 삶으로, 반복적 삶이 아닌 순환적 삶을 살아가라”고 강조했다.                


임아연  zelkova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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