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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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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이야기 11] 합덕읍 창정리
오래된 향나무가 주민들 지켜주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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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고령화로 일손부족 걱정
합덕인더스파크 조성 중 “주민 피해 없어야”

 

▲ 1. 보호수로 지정된 ‘쇳대기 향나무’

합덕읍 창정리는 행정구역상 석우리에 포함된 마을 중 하나다. 석우리는 원석우리와 제오지리, 창정리로 이뤄져 있다.

밭농사 비중 커…올해 ‘풍년’

합덕읍에서는 너른 벌판에서 짓는 쌀농사가 유명하지만 창정리를 비롯해 이 일대 마을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논보다 밭이 많아 밭작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대부분 노지에서 감자나 콩, 대파 등을 기르는데, 일부 시설하우스에서 수박과 쪽파를 경작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강수량이 적고 날이 더워 수박 농사가 잘 됐다고.

“올 여름 수박 농사로 재미 좀 봤지. 날이 더우니까 수박이 아주 달고 맛있었거든. 값도 넉넉히 받고 나름 풍년이었어.”

하지만 여느 농촌마을이 그러하듯 창정리에도 지역 고령화와 일손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삽교천 방조제가 생기기 전만 해도 꽤 많은 인구가 살았다. 서울을 가도 합덕을 경유해 가야했기 때문에 합덕읍이 전체적으로 번성했던 시기다. 마을 주민들은 “군청 소재지를 합덕으로 옮겨야 한다는 논의가 있을 정도였다”면서 “방조제 하나 놓이면서 지역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금 마을에는 70여 가구에 약 150명의 사주민들만 살고 있을 뿐이다. 그중에서도 60대 이하의 청·장년층은 20명 정도에 불과하다. 50대는 손에 꼽을 정도란다.

박용출 이장은 “고령화 때문에 일할 사람이 없어 농사일에 어려움이 크다”며 “그나마 농업이 기계화·자동화 돼있어 어르신들이 농사를 이어가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1960년대 무렵 마을 앞길은 모두 비포장도로였다. 마을을 지나는 버스는 하루에 버스 서너  대 뿐이어서 합덕읍내로 갈 때는 대부분 걸어서 다녔다. 마을 입구에는 아름드리 커다란 소나무가 있었는데 울긋불긋 천 조각이 걸려 있던 서낭댕이였다. 길이 콘크리트로 포장되면서 어느 순간 나무가 죽기 시작하더니 이내 베어 버려 지금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 2.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창정천

전염병·전쟁 피해 없던 마을

마을회관 길 건너에는 오래된 향나무가 있다. 보호수 알림 표지판에는 수령이 130년이라고 적혀 있지만 주민들은 500년은 더 된 나무라고 했다. ‘쇳대기 향나무’라 불리는 이 나무 때문에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에도 창정리 주민 누구도 전염병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지나갔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 또한 전쟁이 나도 군인들이 전사하지 않았다해 주민들은 이 나무가 마을을 지켜줬다고 믿었다.

향나무를 지나 50m만 가면 창전천이 흐르고 있다. 원석우천으로 합류하는 이 강은 석우천의 상류지역이다. 마을에 어린 아이들이 많았을 때는 여름날이면 냇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멱을 감았다. 물도 굉장히 맑아 물고기도 많이 잡히던 곳이었다.

“메기, 미꾸리, 붕어 등등 물고기가 무척 많았어. 지금은 물도 오염됐고 냇가에서 뛰놀 아이들조차 없지. 그땐 참 좋았는데….”

 

▲ 3. 합덕 인터스파크 개발로 산을 깎고 있다.

산 깎아 산단 조성 ‘걱정’

예부터 창정리의 자랑은 농악대였다. 전국에서 농악인으로 이름난 故 채규태 선생의 고향마을로 농악대회마다 창정리 농악대가 늘 1등을 차지하곤 했다. 이들은 명절이나 마을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흥겨운 풍물가락을 들려주곤 했다. 선생이 돌아가신 뒤 그분께 가르침을 받은 후계자들은 대부분 고향을 떠났거나 나이를 많이 먹어 마을의 농악대 활동도 지금은 변변치 못하다.

최근 마을주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합덕인더스파크 개발이다. 합덕인더스파크는 의료물질 및 의약품제조와 관련된 산업이 자리 잡을 의약산업단지다. 산단 개발을 하면서 마을 앞산을 깎고 있는데 주민들은 마을의 지형이 변하면서 환경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분산되죠. 일부는 마을을 가로지르는 창정천으로 유입되는데, 산이 없어져 한꺼번에 많은 물이 하천으로 유입되면 홍수 등 하천범람피해가 걱정되는 상황이에요.”

 

▲ 4. 산으로 둘러쌓인 마을의 모습.

그동안 재오지리와 내동리 등 인근마을로 나뉘어 배수가 이뤄졌는데 산이 없어져 창정리로만 배수가 되면 위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산 위에서 세운 송전철탑도 민가 근처로 철탑이 옮겨지진 않을까 염려스러운 상황이다.

박용출 이장은 “하천 범람을 미리 막기 위해 하천 보강이 필요하다”며 민가와 가까운 곳으로 송전철탑이 세워지지 않도록 당진시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박용출 이장, 김연오 노인회장

우리마을 주민대표

“환경영향 적은 기업 입주했으면”

지역민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는 만큼 김연오 노인회장은 수확까지 농사가 잘 이어지길 바랐다.

김 노인회장은 “노인정 운영이 잘 될 수 있도록 노인회원들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며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용출 이장은 합덕인더스파크 개발로 인해 주민들의 주거환경이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란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이장은 “산업화로 인해 시골 구석구석까지 개발되고 있다”면서 “개발도 좋지만 마을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산업단지가 생기면서 환경피해로 인해 주거권이 침해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개발이 좋은 것도 있지만 마을의 모습을 점점 잃어 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편집자주>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이다. 이는 지금의 당진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당진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바다가 메워져 들판이 되고, 산이 깎인 자리에 공장과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렇게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만큼 전통마을의 모습은 물론 사람들의 문화와 가치관도 함께 변해간다. 이에 본지는 ‘우리마을 이야기’라는 기획을 통해 마을의 모습과 사람들이 전통을 이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기록해 두고자 한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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