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도시가 커져갈 수록 크고 번듯한 식당이 줄지어 개업을 하고 있지만 때때로 그 옛날 ‘사람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다. 허름하고 초라한 모습지만 수십 년 째 한 자리에서 지역을 지켜내고 있는 사람들. 당진 전통시장 뒷골목에 국밥이며 분식과 같은, 이웃의 이야기가 담긴 서민들의 식당이 아직도 자리 잡고 있다. 찬바람이 불면 시장 한 구석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이 더 그립다. 더 따스하다.
소문난 만두집 귀락당
보기만 해도 쫄깃해 보이는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툭툭 끊어 속에 팥을 가득 채우고 찜통에 넣는다. 찜통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새어나오면 찐빵들이 뜨끈하게 부풀어 오른다. 또 한쪽에서는 반죽한 면을 칼로 잘라내기에 바쁘다. 곧 멸치로 내린 육수에 넣어 손님상으로 나간다. 만두는 고기가 듬뿍 들어가 푸짐하게 익어간다. 바로 이곳은 귀하고 즐겁다는 ‘귀락당’이다.
“환갑이 넘어서 아픈 곳만 있지 뭐. 여긴 뭐 별거 없어. 그냥 싸니깐 많이들 찾아 오는거지. 남는 것도 하나 없어” 귀락당 정하연 대표는 부모님의 가게를 물려받아 30여 년째 귀락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먼 곳에서 오는 아주머니도 있는데 어떻게 가격을 올리겠냐.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해야겠다”고 전했다.
△메뉴: 만두 2천 원(10개). 찐빵 2천 원(10개). 칼국수 3천 5백 원 △위치: 어시장 입구 조약국 옆
뼛속까지 뜨끈해지는 장터순대국밥
“손님 보다 내가 우선이여. 내 마음에 들면 되는 거 아니겠어? 손님보다 내가 맘에 들면 돼.”
보통 손님이 왕이라고 하는데 장터순대국밥 장명식(42) 대표는 자기가 우선이란다. 하지만 자기가 우선인 것 치고 국밥에 순대와 내장이 가득 담겨있다.
“내 마음껏 주는 거여. 많이 주고 싶으니깐 많이 주는거지.”
이 집 맛의 비결은 12시간 푹 고아낸 육수와 푸짐하게 들어간 머리고기, 내장에 있다. 이 일을 “잘못 선택 했다”며 “망할 때 까지만 운영할 것”이라는 그는 올해로 10여 년째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평일에도 사람이 많지 않지만 장날마저도 발길이 드물어 시름이 깊지만 장터 국밥을 찾는 사람들은 배를 두둑히 채우고 나간다.
△메뉴: 국밥 6천 원. 순대 3천 원. 바지락칼국수·잔치국수 4천 원 △위치: 어시장 뒤편
팥죽부터 매운탕까지 시장분식
갈비 빼고는 다 된다는 시장분식은 특히 횟감을 가져오면 회를 떠주고 남은 뼈로 끓이는 매운탕 맛이 일품이다.
“손님들이 얼큰~하다며 맛있다고 하는데 내가 손맛이 있는 것 같아요.”
5년 째 시장 분식을 운영하고 있는 박영분(66) 대표. 주 메뉴 칼국수는 “비결이랄 건 없는데 멸치국수를 내서 여러 양념을 하니까 많이 찾으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쌀쌀한 날씨로 새알심을 가득 넣은 팥죽이 인기다. 한 손님은 “딴 곳 에서는 김치를 잘 안 먹는데 여기는 내 입맛에 딱이여서 단골이다”라고 말했다.
손님이 찾아오면 같이 대화도 하고 큰 욕심 없이 살아가는 것에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는 시장분식은 오늘도 이웃과 함께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메뉴: 손칼국수 3천 5백 원. 된장찌개·팥죽 오천 원 △위치: 어시장 입구에서 좌측 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