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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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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이야기 14] 우강면 신촌리
수확기 맞아 끝없이 펼쳐진 신촌리 황금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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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송전철탑 건설 문제로 주민들 한숨
“아름다운 고향 후손에 물려주고파”

 

마을길을 따라 벗나무와 주목, 황금반송이 번갈아 심겨 있다. 

너른 들녘마다 황금빛 물결이 바람 따라 넘실거린다. 대한민국 국토의 70%가 산이라는데 우강면 신촌리에서는 그 흔한 동네 뒷산 하나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드넓은 평야가 이어져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뻥 뚫리는 기분이다. 쭉 뻗은 마을길을 따라 벚나무와 황금송, 주목이 번갈아 가며 심어져 있어 사시사철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회관 옆에 지어진 실내 게이트볼장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이 함께 운동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어르신들은 무리가 되지 않는 적당한 운동량과 공을 치기 위해 집중력을 기를 수 있어 치매예방 등에 게이트볼이 최고라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인지 신촌리는 당진시 건강특화마을과 생명사랑 희망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드넓게 펼쳐진 신촌리 들판의 모습

당진과 아산의 경계마을

‘새로운 마을’이라는 뜻에서 이름지어진 신촌리는 본래 면천군 이서면에 속하던 지역이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당시에 있던 정계리·교항리·굴포리·가포리 등 각 마을 일부를 병합해 새로운 마을을 만들었다 하여 신촌리(新村里)라고 전해진다.

마을에는 6개의 자연부락이 있다. 가판·굴갠·다리목·윗샌말·정계말(아래샌말)·수문통이라 불리는 부락마다 각각 오랜 의미를 갖고 있다. 다리가 있었는데 그 목이었다 해 ‘다리목’이라 불렸고, 정계말은 아산과 면천의 경계인데 사투리로 경계가 ‘정계’로 쓰이다 보니 정계말이 됐다고 한다. 이곳은 여전히 신촌리와 공포리의 경계지역이다. 또한 다리목에 위치한 수문통 마을은 수문이 많았던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부리포-수문통-남원포를 거쳐 인천으로 가던 똑딱선이 있었어. 기억이 가물가물 헌디, 인충호·신흥호·영창호라 불리던 배들이 아산까지 들어갔다 나왔지. 지금은 다 육지로 변했고.” (전근성 노인회장)

 

마을회관 옆 실내 게이트볼장에서 주민들이 게이트볼을 치고 있다.  

황금어장·옥토로 풍요로운 마을

삽교천을 막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마을의 모습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점이었던 이 마을은 어족자원이 무척 풍부했던 곳이다. 꽃게와 준치, 삼치, 강다리, 뱅어 등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너무 많이 잡혀 먹지도 않고 버리던 시절이 있었단다.
대합을 비롯해 이합이라는 조개도 갯벌에 수두룩하게 살았다. 어민들도 많았던 이곳은 이제 완전히 농경지로 변했다. 풍족한 어족자원은 물론 옥토에 자라나는 쌀로 꽤 풍요로웠던 마을이어서 먹을 게 부족했던 시절엔 산간지역 주민들이 이곳까지 식량을 사러 오기도 했다.

강환철 노인회 총무는 “옛날보다 지금은 먹고 살기 훨씬 풍요로워 졌지만 인정은 그때만 못하다”며 “옛날엔 기계화가 안 돼 있어 주민들이 서로 돕지 않으면 어려웠던 시절이라 더욱 정이 끈끈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모든 영농작업을 기계화 하면서 관계가 예전 같지는 않다. 더욱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간 사람들이 많아 마을에 사람도 줄어 고령지역이 됐다. 지금은 폐교돼 없어진 부장초등학교에는 3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다닐 정도였다고.

 

 마을 주민들의 모습   

지금은 전국 최고의 해나루쌀을 생산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역으로 마을 사람들의 쌀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마을 대부분의 주민이 생고시용(生稿施用·지력 향상을 위해 볏짚을 땅에 되돌리는 방법)을 실천하면서 자연스럽게 화학비료를 적게 주고 있다. 땅이 튼튼해지니 좋은 쌀이 생산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특히 올해에는 태풍도 없었고 날씨가 좋아 병충해 피해도 적었다. 풍년 농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여전히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풍년이지만 쌀값을 제대로 받지 못할까봐 걱정이여. 한 분야에 30~40년 씩 일을 하면 전문가로 인정 받아 승진도 하고 연봉도 오르는데, 농민들은 평생 이 일을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니, 참….”(김영빈 이장)

 

생태공원에 철탑 “안돼!”

더욱이 요즘에는 송전철탑 건설 문제로 지역이 시끌시끌하다. 한국전력의 계획대로라면 신촌리에 속한 무명섬에 당진을 지나는 북당진-신탕정 간 345kV 송전선로의 마지막 철탑이 세워지게 된다. 하지만 이곳은 생태공원조성 예정지인 만큼 좋은 환경을 간직한 곳이어서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또한 인근마을인 성원리 들판 한가운데에 계사가 건축될 예정이어서 주민들의 한숨이 깊어져 가고 있다.
강환철 노인회 총무는 “그동안 평화롭게 잘 살던 마을인데 철탑이며 계사며 문제가 대두돼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을 후손들에게 깨끗하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마을 주민대표] “깨끗한 고향 지켜갈 수 있기를”

 

(왼쪽부터) 전근성 노인회장, 김영빈 이장, 오경숙 부녀회장, 이덕기 지도자

“젊은이들이 전부 다른 지역으로 나가 일손이 너무나 부족해요. 젊은 사람들이 마음껏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어요.”(오경숙 부녀회장)
이덕기 지도자는 “정이 넘치던 마을들도 산업화로 점점 농촌의 정서가 약화돼 아쉽다”면서 “두레·품앗이 등 더불어 살던 우리의 옛 문화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빈 이장은 “많은 농민들의 희생으로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뤘는데 이제는 국가에서 농업을 보호해야 할 때”라며 “농촌지역이 잘 살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근성 노인회장은 “깨끗한 고향에서 여생을 살고, 이 땅을 자손에게 잘 물려 줄 수 있도록 송전철탑이나 계사건축 등의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이다. 이는 지금의 당진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당진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바다가 메워져 들판이 되고, 산이 깎인 자리에 공장과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렇게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만큼 전통마을의 모습은 물론 사람들의 문화와 가치관도 함께 변해간다. 이에 본지는 ‘우리마을 이야기’라는 기획을 통해 마을의 모습과 사람들이 전통을 이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기록해 두고자 한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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