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내년에 치를 지방선거는 과거의 지방선거와는 양상이 조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선거현안 없이 치러졌던 지난 지방선거와 달리, 내년에는 유권자들이 꼼꼼하게 판단할 지방선거 의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복지공약’이다. 지난 대선에서와 마찬가지로,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거의 모든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갖가지 장밋빛 복지공약을 쏟아낼 것이 분명한데, 유권자들이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성장 둔화와 고령화로 정부제공 사회복지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데, 개인이 국가로부터 제공받는 사회복지는 개인별 차이도 있지만, 거주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각 자치단체의 재정형편이나 예산편성 방침에 따라 지역주민들에게 주어지는 의료, 주거, 육아 등 다양한 복지 서비스의 질적·양적 수준은 달라진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 357조7000억 원 중에서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00조 원을 넘는다. 이 예산의 대부분이 지역정부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제공된다. 따라서 각 지역사회에서는 지금부터라도 지역 내 사회복지 서비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하고, 특히 지방선거 과정을 통해 주민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부분의 지역에는 그 지역의 사회복지 분야 전문가나 시민단체들이 상호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할 만한 사회적 장치나 지역언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사회복지 현안을 제기하고, 복지서비스와 관련된 부조리를 고발하고, 갈등과 대립을 중재하는 기능을 선진 복지국가에서는 지역언론이 수행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그런 기능을 수행할 만한 지역언론이 많지 않다.

그 결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언론의 중앙집중과 그로 인한 지방언론의 부실로 생기는 부작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 역시 특정 정당에 대한 찬반투표식 ‘묻지마’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에서 노인복지 공약이행을 두고 발생한 국가적 갈등과 같이, 지방선거가 끝난 후 의료, 육아, 주거 등 복지분야의 재원과 우선순위를 두고 지역사회에서 심각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역언론의 부실과 부재로 발생할 문제점들이 명백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그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언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언론의 틀을 마련하려는 시도는 많지 않다. 오히려 지역언론에 대한 각종 음성적 정부지원이 지역주민들에게 지역언론의 중요성을 희석시키고 지역언론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 결과 지역언론에 대한 혐오와 무용론이 지역주민 사이에 팽배해 있다.

지역언론의 부재와 부실은 지역사회는 물론 개인들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준다. 국민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뉴스와 정보, 여론 등을 효과적으로 입수하지 못해, 지역적 관심과 참여가 부진하고 지역정체성이 희박하며 그나마 형성된 지역정체성도 부정적인 부분이 많다. 또한 지역사회 내의 정보교류나 여론 수렴의 수단이 없으니 지역사회 발전에 필요한 합리적 여론형성이 어렵다. 지역사회 내의 갈등과 분란을 조정하고 중재하기도 어렵다.

건실한 지역언론 없이는 결코 복지국가가 될 수 없다. 지역사회에서 시행되는 각종 사회복지 서비스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감시하는 장치가 지역언론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복지국가 건설’에도 지역언론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지역주민과 지역지도자 모두 깨달아야 한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