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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시론-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방송 3사, 대한민국의 ‘슈퍼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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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다양한 미디어 중 가장 이용 시간이 길고 영향력이 큰 것이 TV방송이다. 대한민국에는 KBS, MBC, SBS등 3개 지상파방송을 주축으로 전국에 53개의 방송국이 설치되어 있다. 3개가 서울에, 그리고 50개가 지방에 위치한다. 그래서 수도권 주민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역방송국을 통해서 송신하는 방송프로그램을 시청한다. 그런데 그렇게 전송되는 TV 방송프로그램의 90%정도가 서울에서 제작된 것이고 나머지 10% 정도만이 지역방송국에서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들이다.
그런데 지역방송 프로그램은 대부분 지역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자기 지역에서 만든 것이나 자기 지역에 관한 방송프로그램보다는 서울지역에서 만들고 서울에 관한 방송을 선호하는 것이다.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들 대부분이 지역방송의 자체제작 프로그램이 창의적이지 못하며, 세련되지 못하고, 재미없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부산은 지역방송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국내의 지역방송시장의 소유구조는 KBS, MBC와 SBS 3대 네트워크가 독과점적 시장을 구성하고 서울의 방송사들이 지역방송사들을 다양한 형태로 수직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KBS 는 본사 직영, MBC는 계열사, SBS는 가맹사 체제인데, 세 종류 모두 지방사가 중앙사에 광고영업이나 프로그램 공급 등 방송사 운영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지역방송은 시장규모가 작아 제작비나 인력의 투입 대비 산출이 높지 않아,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서울에서 제작한 품질이 더 낳은 프로그램을 중계하는 것이 더 편하고 이익이 된다. 그러다 보니 방송에서는 서울이 “슈퍼갑”이고 지역은 “을”이 된다.그 결과 지역주민의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는 지역프로그램 제작이 미흡하고 부실하여, 그로 인한 지역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기피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의 방송에 종속되어 있는 지역의 방송사는 지역프로그램도 서울에서 요구하는대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주민의 관점보다는 서울의 관점에서 중요하고 재미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지역뉴스의 경우도, 서울의 뉴스를 먼저 방영한 후 그 다음 남는 시간에 방영해야 한다. 심지어는 태풍과 같은 재난이 지역에 발생한 경우라도 서울 중앙국의 동의없이 지역국이 자체편성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자연 지역방송 종사자의 사기는 떨어지고 직업만족도는 낮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역방송의 정책 결정도 철저히 서울 중심적이다. 지역방송의 발전을 구실로 2008년 “지역방송발전위원회”라는 기구가 방송정책 담당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설치되었지만, 그 활동이나 실적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나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주요 임원들 중에 지역방송 출신인사는 거의 전무하다. 심지어는 KBS의 지국장이나 지방 MBC 사장들도 중앙방송국에서 보내는 사람들이다.
동의대 문종대 교수와 대구대 이강형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의 지역방송의 구조를 “내부 식민지”로 규정하며, 그로 인해 “지역민은 민주적인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으며, 중앙중심의 정책을 지지하는 여론이 중앙방송에서 재생산되고, 재생산된 여론을 지역이 소비하는 악순환 속에서 지역민의 평등권이 심하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일부 국회의원들이 “지역방송발전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민주화 이후 지방자치를 통해 지방민의 자기결정권을 확장해왔지만, 지역주민들이 가장 자주 이용하고 그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방송은 여전히 중앙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것이 지역방송의 현실이다. KBS, MBC, SBS는 우리 사회에서 척결되어야 할 “슈퍼갑”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철저하게 중앙의 소수가 전국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방송말고는 없다.
지역방송의 부당한 식민지배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독립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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