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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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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이야기 19] 면천면 대치리
오봉산과 옥녀봉 산줄기로 둘러싸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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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티고개 넘어 면천으로 가던 시절
아늑하고 공기 좋은 청정지역

 

오봉산


겹겹이 둘러싼 산과 언덕들 사이에 위치한 대치리는 아늑하고 조용한 마을이다. ‘큰 고개’라는 뜻의 대치리에는 한티고개가 자리잡고 있다. 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한티고개를 넘어야만 면천면 중심지로 갈 수 있었다고 한다.

대치리의 남쪽으로는 오봉산이, 북쪽으로는 옥녀봉이 위치해 있고 마을 가운데로 작은 개울이 흐른다. 산간 지역이다 보니 수도작 농사 보다는 밭농사가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꽈리고추나 블루베리를 비롯해 원예특작이 많이 재배되고 있어 경지면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좁지만 농가 소득은 꽤 좋은 편이다. 마을에 저수지가 없어 지하수를 이용해야만 하는 천수답이지만 물이 풍부해 가뭄걱정은 없이 살았다.

“풍수지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참 좋은 곳이라고 하더군. 그래서인지 6.25 전쟁 때에도 희생된 사람이 없었어. 전쟁터에 끌려갔다가 죽어서 돌아온 사람도 없고. 터가 좋아서 그런 가벼.” (홍사엽 노인회장)

 

한틔고개

왕릉이 있었던 ‘능골’

대치리는 총 다섯 개 자연부락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1반에 속하는 강터는 아주 오래전 강이 있었다고 전해내려와 이렇게 불린다고 한다. 한티고개 때문에 이름 붙은 한티에는 왕의 무덤(능)이 있어 ‘능골’이라는 지역도 있었다. 불과 20~30년 전 만해도 비석도 세워져 있었는데 토벌꾼들에 의해 현재는 없어졌다고.

일제시대 때 내여리·외여리라고 불리던 곳은 2반에 속해 각각 안여름, 밖여름(또는 반여름)이라고 일컫는다. 두 부락은 옥녀봉 산줄기를 기준으로 안쪽에 있는 곳을 안여름, 바깥쪽에 있는 곳을 밖여름이라 부르고 있다.

서쪽으로 서산과 경계에 있어 옛날에는 서산과 왕래가 더 많았다. 서산이 당진보다 훨씬 번성했을 때에는 마을에 서산버스도 다녔는데, 당진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더 이상 서산행 버스는 다니지 않고, 당진으로 가는 버스가 다닌다고 한다.

 

 

2월 초하루마다 장승제 지내

대치리는 서산에서 들어오는 방향과, 당진에서 들어오는 방향으로 두 개의 마을입구가 나있다. 입구마다 장승이 세워져 있고, 해마다 음력 2월 초하루면 주민들은 이곳에서 제사를 올리곤 한다. 장승제는 마을에서 가장 큰 행사 중에 하나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홍사엽 노인회장은 “한동안 마을에 사는 50대 미만의 청장년층이 많이 죽어 악상(惡喪)이 끊이지 않았다”며 “주민들이 장승을 세우고 제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로는 이 같은 일이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치리는 87가구에 19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130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모두 65세 이상인 노인들이다. 20세 이하 청소년들과 40~50대는 각각 예닐곱 명에 불과한 초고령 지역이다.

아무래도 산이 많아 공장이 들어서기 어렵고,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어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떠났다. 갈수록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늙어 가고, 일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 걱정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환경 때문에 당진의 도시화·산업화의 물결 속에서도 아직까지 청정지역으로 마을을 가꿔 올 수 있었다.

 

마을모습

귀농귀촌 인구 늘어나

개발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는 주민 간 갈등이 없어 주민들의 화합과 소통도 자랑거리 중 하나다. 면천면민 체육대회에 참가하면 젊은 선수가 없어 경기에서 우승하기란 쉽지 않지만 늘 응원상이나 화합상은 대치리 주민들에게 돌아가곤 했다. 최근에는 귀농귀촌인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과도 큰 마찰 없이 화합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김필회 이장은 “최근 3년간 연속으로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하는 농작업 안전모델 시범마을에 선정됐다”면서 “사업비를 지원받아 주민 건강검진, 농작업기 보급, 건강체조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우리마을 주민대표] “마을도로 차량통행 많아 확장 필요”

 

(왼쪽부터) 김우회 지도자·장순이 부녀회장·김필회 이장·홍사엽 노인회장

김필회 이장 : 마을길을 2차선 도로로 확장하는 일이 시급하다. 서산 IC에서 마을을 지나 송악 IC로 가는 길이 지름길로 알려져 있어 대형차량을 비롯한 통행차량이 많지만 길이 좁아 매우 위험하다. 길이 구불거려 특히 겨울철에는 교통사고 위험이 더욱 크다.

장순이 부녀회장 : 주민들이 모두 협조를 잘해서 마을일을 큰 어려움 없이 잘 추진해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늘 인심 좋고 공기 좋은 마을로 이어 갔으면 좋겠다.

김우회 지도자 : 지금까지는 지하수를 이용해 큰 불편 없이 농사를 지어 왔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앞으로의 농업활동을 위해 관계시설을 확충해야할 것이다. 한편 고령화로 영농후계자가 없어 걱정이 크다. 

홍사엽 노인회장 : 노인인구가 많고 젊은이가 적은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오염되지 않은 최고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지만, 마을인구의 고령화는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이다. 


<편집자주>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이다. 이는 지금의 당진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당진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바다가 메워져 들판이 되고, 산이 깎인 자리에 공장과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렇게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만큼 전통마을의 모습은 물론 사람들의 문화와 가치관도 함께 변해간다. 이에 본지는 ‘우리마을 이야기’라는 기획을 통해 마을의 모습과 사람들이 전통을 이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기록해 두고자 한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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