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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9 2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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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죽 쌓아 만든 마을…메기가 많던 ‘메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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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안녕과 풍년농사 기원하는 노신제
이웃 위해 쌀과 연탄 쾌척 인심 훈훈한 마을

 

눈내리는 상궁원리 마을 풍경

행정구역 상으로는 점원리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자연부락으로 마을을 이루며 살아온 상궁원리는 예부터 메기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동쪽으로 삽교천의 줄기인 석우천이 흐르는 곳으로 언(堰, 방죽·둑)을 쌓아 마을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메기언(메기원)’으로 불렸다. 삽교천방조제가 막히기 전엔 메기는 물론 붕어 등의 여러 물고기가 많이 잡혔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약 300년 전쯤엔 이 일대 전부 바다고 한다. 지금은 바다를 대신해 드넓은 평야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점원이라고 부르던 이 지역은 궁원과 동다리, 비방구지, 원점원 등의 자연마을이 형성돼 있다. 황실소유의 전답이 많았던 궁원은 점원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으로 상궁원, 중궁원, 하궁원으로 나뉘어 각 마을마다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노신제를 지내는 곳을 마을 주민이 알려주고 있다

수 백년 주민들의 전통, 노신제

상궁원리의 오랜 전통 중 하나는 노신제를 지내는 것이다. 음력 정월 초, 길에서 객사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제사인 노신제는 절차는 매우 까다롭다. 그해 마을에서 토정비결이나 사주를 보고 제를 지내기에 가장 합당한 남자들을 선택한다. 이들은 목욕제계하고 삼일 동안 외부 출입을 금한 채 제사를 준비하는데, 제사에 올릴 음식준비부터 모든 것을 이들이 해야 한다. 장을 볼 때도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새벽에 몰래 나가 재료를 장만해야 하고, 음식을 할 때도 일체 여자들은 일손을 거들 수 없다. 제를 지내는 곳에도 여자들의 출입은 철저히 금지돼 왔다.
“운이 맞는 사람들을 선택해 가장 정결한 마음가짐으로 제사를 지내왔어. 부정 탈까봐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나쁜 것은 보고 듣지도 말아야 해. 아주 깨끗하게, 준비된 마음으로 제를 올리지.”(이광식 노인회장)
원래 제사를 지내던 터가 있었으나 농지정리를 하면서 없어졌다. 지금은 그 일대의 길 위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장을 보거나 음식을 하는 것도 옛날처럼 엄격하게 지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마을의 안녕과 주민들의 평안,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마음은 변한 것이 없다.

 

주민들의 쉼터가 되는 오래된 상수리 나무

일부 지역에서는 한우농사도 한창

한편 마을에는 수령 약 200년 쯤으로 추정되는 큰 상수리나무가 있다.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들 만큼 나무가 굵지는 않지만 균형을 이뤄 시원스럽게 뻗어나간 나뭇가지가 꽤 아름답다. 이 나무는 주민들의 쉼터이자, 늘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든든한 친구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수도작을 주된 생업으로 삼고 있는 상궁원리 주민들은 일부 지역에서는 한우를 많이 기르고 있다. 땅이 좋고 물이 풍부한 지역이라서 별 걱정 없이 대를 이어 농사를 지어왔다. 원래는 예당저수지의 물이 마을까지 닿아 이 물을 썼는데, 삽교호를 막으면서 삽교천 농업용수로 물을 이용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올해는 태풍피해를 입지 않아 농사가 잘 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비가 너무 적게 와 알곡이 꽉 차지 못해 무게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주민 대부분이 60세 이상 노인

현재 마을에는 43세대 12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여느 시골마을이 그러하듯 상궁원리의 가장 큰 걱정은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이다. 주민들의 90%가까이 60세 이상인 노인이어서 농작업이나 마을행사를 치르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지금보다 두 배는 많이 살았던 많은 젊은이들이 산업화와 도시화가 잘 된 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현재 마을에는 103세의 노인이 살고 있을 정도로 장수마을이기도 하다.
이광식 노인회장은 “요즘은 농사일이 기계화돼서 다행”이라며 “그렇지 않았으면 농사짓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궁원리는 살맛나는 마을이다. 주민들이 서로 보듬고 도우면서 살아가 훈훈한 정이 넘친다. 얼마 전에는 박종대 이장이 추운 겨울 어려운 이웃들과 온정을 나누고 싶다며 올해 수확한 쌀 10가마(80kg, 약 200만 원 상당)를 읍사무소에 내놨다. 또한 마을에 사는 전용상 어르신은 겨울철 난방비를 걱정하는 이웃을 위해 연탄 600장을 마을부녀회에 쾌척하기도 했다.
“자주·근면·협동이라는 새마을 정신이 깊숙이 전해 내려오는 마을이에요. 공장 하나 없이 깨끗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서로 보듬고 살아가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마을사람들 하나같이 참 순박하다니까요.”(문명순 부녀회장)

(왼쪽부터) 문명순 부녀회장, 김유환 지도자, 이광식 노인회장, 박종대 이장
우리마을 주민대표

박종대 이장 : 마을 주민들이 서로 돕고 함께하면서 오랜 시간 살아온 살기 좋은 마을입니다. 고령화가 심각하고 인구가 줄고 있는 게 가장 안타깝지요. 특히 이번 겨울은 많이 춥다는데 겨울 난방비 걱정도 크고요.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라도 따뜻하게 지내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광식 노인회장 : 다들 연로한 주민들이 많아 경로당에 운동시설이 보완됐으면 합니다. 겨울에 밖에서 걸어다니기도 힘든데, 지금 경로당에 있는 운동시설은 전부 노후돼 쓰기가 어렵거든요.

김유환 지도자 : 지금처럼 주민들이 서로 상부상조 하면서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문명순 부녀회장 : 노인돌보미 등 독거노인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해요. 마을 내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아 걱정이 많죠. 이번 겨울엔 주민들이 김장을 담그기도 어려울 정도로 일손이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확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편집자주>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이다. 이는 지금의 당진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당진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바다가 메워져 들판이 되고, 산이 깎인 자리에 공장과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렇게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만큼 전통마을의 모습은 물론 사람들의 문화와 가치관도 함께 변해간다. 이에 본지는 ‘우리마을 이야기’라는 기획을 통해 마을의 모습과 사람들이 전통을 이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기록해 두고자 한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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