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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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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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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역신문

지난 달 일본에 다녀왔다. 충남지역 언론인들과 함께 일본 수도권과 중부지방을 돌아보며,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일본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취재했다.

해외여행 측면에서 일본은 가장 편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불편한 나라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시차도 없고, 자동차가 좌측통행한다는 것 외에는 생활환경이 한국과 비슷해 다른 나라에서 느끼는 이질감도 적다. 한자어도 많아 일본어를 못해도 메뉴나 간판은 읽을 수 있고, 사람들도 친절해 낯선 곳이지만 불안하지 않다.

일본이 불편한 것은 반일감정 때문이다. 일부 우익 정치인들의 선동적 망언에 대한 분노 외에도, 한국 현실에 남아 있는 무수한 식민지 지배의 유산을 접할 때마다 침략자 일본에 대한 원망이 생긴다. 한국사회는 아직 일제 식민지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는데, 일본은 군국주의 잔재를 대부분 청산하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일제 식민통치로 한반도에서는 전통문화와 자치 유산이 거의 사라졌지만, 일본은 지역사회 고유의 전통문화를 잘 유지하고, 거의 완벽한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 신문의 경우, 군국주의 시절 국가의 통제로 신문발행이 제한을 받았지만, 전후 일본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언론선진국이 됐다. 전 세계에서 신문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가 됐고, 전국지와 지역지가 비교적 균형을 이룬 건강한 신문 산업구조를 만들었다. 수도 토쿄에서 발행되는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등이 각각 1000만 부 이상을 발행하지만,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전국지보다 지역지의 구독자가 더 많다.

일본은 전 국토를 8개의 광역권으로 구분하는데, 각 광역권의 대표일간지는 그 지역에 배포되는 전국지보다 훨씬 발행부수가 많다. 일본 최대 광역일간지인 <홋카이도신문>의 발행부수는 120만 부인데, <요미우리>, <아사히> 등의 전국일간지가 홋카이도 내에서 배포되는 부수는 50만 부 내외에 불과하다. 각 광역지방의 중심도시에 평균 60~70만 부 발행되는 광역일간지들은 해당 광역권 내에서는 가장 많이 읽히는 신문이다.
한국의 광역시도와 비슷한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들도 대부분 해당 지역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신문이다. 시즈오카현의 <시즈오카신문>의 발행부수는 70만 부에 달한다. 효고현의 <고베신문>은 56만 부를 발행한다.

자치단체인 시정촌(市町村)에서도 신문발행이 왕성하다. 지난 달 필자 일행이 방문한 <이즈신문(伊豆新聞)>은 가장 이상적인 중소도시 지역신문의 모델을 보여주었다. 이즈시(伊豆市)는 토쿄에서 남서쪽으로 150km에 위치한 해안관광지역인데, 인구는 60만 명 정도라고 한다. 시라고 하지만 하나의 대도시가 아니라 한국의 4~5개 시군을 합친 규모의 지역이다.

<이즈신문>은 이즈시의 유일한 신문사인데, 발행신문은 4개이고 총 발행부수는 4만5000부이다. 하나의 신문사가 이즈시 4개의 지역에서 각기 다른 신문을 매일 발행하되, 신문사는 하나인 것이다. 4개의 신문에 공통적으로 실리는 기사와 광고가 있기도 하고, 다른 신문에는 없는 그 지역만의 기사와 광고가 실리기도 한다.

<이즈신문>도 경기침체로 광고주가 줄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신문발행 외에 어떤 부대사업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자체로부터 홍보광고나 협찬수입도 없다. 광고업무는 광고직원들이 전담한다. 총 65명의 직원들이 만드는 <이즈신문>의 한달 구독료는 1430엔으로, 4000엔인 전국지보다 저렴하다. 일간지인 <이즈신문>은 구독료의 절반을 배달회사에 지불해야 한다. 그래도 신문경영엔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일년 매출액이 7억5000만 엔으로, 직원 1인당 평균 매출액이 1150만 엔(1억 2000만 원)에 달한다.

다카츠 <이즈신문>사장은 일본사회 노령화로 신문독자가 줄고 있지만, 지역신문 독자는 줄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지역사회를 알고 싶어하는 욕구는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즈신문>은 정치적인 이슈나 논조는 최대한 배제하고 철저하게 지역의 생활뉴스로 채운다고 다카츠 사장은 말한다. 하이퍼 로컬(hyper local) 즉, 더욱 밀접한 지역뉴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즈신문>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한다.

필자의 일행이 견학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자, <이즈신문> 젊은 기자가 따라 올라왔다. 이제 자기 신문사에서 취재할 차례라면서 방문 목적과 소감을 물어보았다. 시즈오카 대학에서 매스컴을 전공하고, 요코하마에서 직장을 다니다, 고향에 돌아와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어 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즈신문사에 입사했다고 한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일본의 지역신문은 정말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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