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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작고이후 달라진 집안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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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우정 당진시대 이사 (전 여성단체협의회장)

대 명절 중 하나인 설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내 조상들은 명절이면 일가친척 모두 모여 음식과 함께 덕담을 나누며 가족애를 다져왔다. 하지만 핵가족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족공동체는 분열되고 옛처럼 풍성하고 북적거리던 명절날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집안은 명절날이며 제삿날, 집안 대소사에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인 시어머니를 중심으로 많은 식구들이 모여 들어 항상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2년 전 시어머니께서 작고하시고 난 뒤 점차 가족들의 발길이 단절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3년간 명절이며 집안 대소사에 맞춰 준비하던 음식들도 축소됐고 북적이던 가족들의 모습도, 집안 곳곳에서 웃음꽃을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윷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모습도 찾아 볼 수 없이 집안에 공허함만 남았다.
명절이며 집안 대소사에 소요되던 시간과 일손이 대폭 줄어들다 보니 그동안 명절날에도 찾아뵙지 못한 친정에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많이 남았다. 주변의 몇몇 지인들은 “오랜 시간 고생 많았는데 이제는 한시름 덜어 잘 됐다”는 말로 나를 위로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마음은 달래지지 않는다.
불과 1년 전 설날만 해도 북적이던 가족들의 모습과 각종 제사음식을 함께 만들며 수다를 떨던 모습도 머리 속에 맴 돌았다. 정신없고 바쁘기만 했던 시간들이었지만 뒤돌아보니 왜 이리 소중한 시간이었던지, 왜 당시에는 그 소중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아쉬움만 가득하다.
33년동안 가족 행사를 책임져 오다보니 가족들 개개인의 입맛도 모두 잘 알고 있다. 각 가족들의 입맛에 맞춰 굴이며 게장을 담가 양손 가득히 챙겨 보내던 모습은 풍족한 시골인심과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그 많은 음식들을 멀리서 찾아온 가족들에게 일일이 전할 수 없어 허전해졌지만 몸에 베인 습관 탓인지 명절날이면 음식을 만들어 택배로 가족들에게 보내곤 한다.
그렇게 항상 함께 모인 던 가족들의 발길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자 다른 가족들도 서운함과 아쉬움을 느꼈는지 지난해 추석부터 천안 시누이의 집에서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당진에서 모일 때 처럼 푸짐한 음식들이 준비되고 모임 전날부터 함께 모여 음식을 장만하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지만 그나마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흐르다보면 건강도 나이도 장담할 수 없을 때가 다가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빈자리처럼 우리의 빈자리가 자녀세대에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세삼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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