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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지방선거의 의미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당진시대l승인2014.02.21 22:13l(9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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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는 지역별로 당면한 과제를 점검해 공론화하고, 그 과제를 가장 잘 해결할 사람을 선택하는 공적 행사이다. 유권자들이 자기 지역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방자치가 정착되려면 지방선거가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예비후보 등록을 기점으로 6.4 지방선거가 시작됐지만 지방자치의 진정한 의미는 안타깝게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방선거를 여러 차례 거듭해왔고, 지방분권이나 지방자치 등이 매우 익숙한 단어가 되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인물 중에 정말 그 지역을 대표할 만한 식견이나 경력이나 인품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선거를 통해서 지역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기초단체 정당공천제 폐지와 같이 지방자치에 핵심적인 사안에도 지역주민들은 별 관심이 없다. 한 표가 아쉬웠던 대선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이었지만, 선거가 끝나자 대통령은 모른 척하고, 여당에선 없던 일로 만드려고 꼼수를 두고 있다. 대부분의 기초의원들도 내심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원하지만, 지금은 모두 입조심을 하고 있다. 정당공천제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행여 공천탈락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현재의 지방선거 제도는 1987년 민주항쟁의 부산물이었다. 범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당시 전두환 정권은 6.29 선언을 통해 언론자유 보장, 대통령 직선제, 지방자치 등을 약속했다. 당시 국민들은 권력의 보복없이 자유롭게 정치적 표현을 하길 원했고,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고 싶어했다. 독재자만 쫓아내면 저절로 민주국가가 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방자치에 대해선 왜 해야 하는지, 꼭 해야 하는지, 확신이 없었다. 일제 식민지와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지방자치의 전통과 문화가 철저히 말살됐기 때문이다. 조선왕조 500년간 중앙집권 체제가 견고히 구축되긴 했지만, 지방통치는 중앙정부에서 파견한 관리와 지방거주 사림, 향리, 지주 간의 지속적인 타협과 견제를 통해 이뤄졌다. 중앙정부의 실정에 분개해 지방에서 민란과 혁명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나름의 자치권이 인정된 통치방식이었다.
중앙집권적 왕조체제였던 조선이었지만, 수령과 향리로 구성된 지역사회의 타협적 통치기반과 향약과 같은 자치규약 덕에 500년이나 왕조를 꾸릴 수 있었다. 조선왕조가 붕괴한 것은 외세의 침략이 아니라, 중앙에서 파견된 관료들의 과도한 수탈로 지역사회가 피폐해졌고, 그 결과 외세의 침탈 압력을 이겨낼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역량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문화는 일제식민지와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철저히 제거됐다. 일제는 읍면제 행정개편을 통해 수직적이고 인위적인 행정구조를 만들었고, 전통적 자연부락 위주의 생활권 동리(洞里) 자치를 말살시켰다. 해방이후에도 지방은 여전히 중앙권력의 식민지였다. 중앙정부의 권력이 마을 단위까지 침투해 새마을운동과 같은 범국가적 지역사회 운동을 만들어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지방자치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자치문화의 부재다. 지방자치가 지역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민주화에 필수조건이라는 점을 지역주민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통해 지금의 지역사회를 더 살기좋은 곳으로 바꾸려는 의욕도 없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지방선거에 별 관심이 없고, 지역사회를 위해 선거판에 뛰어든 후보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치의 전통이 단절된 한국사회에서 자치의 문화를 복원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지금의 열악한 지역사회의 현실이 바로 ‘자치의 부재’로 인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비록 척박한 현실이지만 지역언론만이라도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자치가 더 많은 뿌리를 내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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