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세상사는 이야기 6 고래 집 짓고 사는 신준호·김연숙 부부
산골 마을에 고래가 나타났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래등 같은 집’ 꿈꾸다 고래집 지어
이웃들과 사이좋아 즐겁게 귀촌 생활

>>편집자주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들의 삶을 통해 사회를 보고 세상을 알고 싶었다. 혹자는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말했지만 정작 부지런히 세상을 움직이는 건 한 명의 천재가 아닌 10만 명의 우리 이웃들이다. 별나지 않은 인생 속에 누구도 살아 보지 않은 특별함이 있고, 평범한 일상 속에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우리는 이들의 소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었다. ‘세상사는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제, 당신의 삶을 들려주세요.”

 

 

고대면 슬항1리 한적한 산골 마을에 고래가 산다. 낯선 풍경에 지나가던 이들의 눈길을 붙잡는 이 고래 뱃속(?)은 신준호(61)·김연숙(53) 씨 부부의 보금자리다.
“어렸을 때 살던 고향 마을에 고래등 같은 큰 기와집이 있었어요. ‘나중에 저런 집을 짓고 살아야 겠다’라며 막연히 꿈꿔 왔는데 정말 ‘고래 집’을 짓고 살게 됐네요.”(신준호 씨)
천안 출신인 신준호 씨는 안양에 있는 대한전선에서 30여 년을 근무하다 3년 전 당진으로 발령받아 내려왔다.
은퇴 후 귀촌해 살고 싶었는데 일터를 옮긴 덕분에 생각보다 일찍, 당진이라는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가 현실로
신준호 씨가 고래 집을 짓게 된 건 술자리에서 나눈 우연한 대화 때문이었다. 건축가인 지인으로 부터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어떤 형태의 집도 지을 수 있다”는 얘길 듣고, “그럼 고래 모양으로 만들어 봐라”고 얘기했던 게 현실이 됐다. (고래 집을 지은 건축가 이강혁 씨는 신준호 씨가 살고 있는 고래 집 이외에도 전북 무주에 소라 집을 지었고, 다이아몬드 집, 나무 위에 집 등 다양한 캐릭터 집을 지었다. 최근에는 강원도 횡성에서 독도 집을 짓는 중이라고 한다.) 4개월 여 만에 완성된 고래 집 아랫부분엔 푸른 파도가 포말로 부서지고, 베란다에는 고래 이빨이 표현돼 있다. 한 여름에는 고래등에서 약 1m 높이의 분수도 나와 집의 온도를 식히는 역할까지 한다니 눈으로 보는 재미가 더해져 1석2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래 집 옆에 지은 별채는 신준호 씨가 장고항에서 봤던 공룡모양 바위를 재현해 냈다.

고래 집 덕분에 ‘당진 홍보대사’
소문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신준호·김연숙 씨의 집을 방문했다. 친척과 친구들은 물론이고, 여러 언론사에도 신기한 이들의 집을 취재해 갔다.
고래 집 덕분에 어느새 신준호 씨는 ‘당진 홍보대사’가 됐다. 서울·안양·천안·김천 등에서 지인들이 그의 집을 방문하면 당진지역에 좋은 곳들을 소개하는 한편, 장을 볼 때도 꼭 전통시장을 이용한다. 신 씨는 “살다보니 당진이 참 좋아 홍보를 많이 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터를 닦고 살고 있는 만큼 기왕이면 지역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텃밭 가꾸는 시골 재미 ‘쏠쏠’
신준호 씨는 앞마당을 비롯해 자투리땅에도 여러 식물을 심어 텃밭을 가꾸고 있다. 고추·상추·더덕·도라지·두릅·취나물·산수유를 비롯해 뽕나무·소나무·철쭉·진달래 등 다양한 작물을 기른다. 철마다 다른 식물들이 자라나니 한겨울 빼고는 심심할 겨를이 없을 정도다. 식물뿐만 아니라 개·고양이·닭·토끼 등 동물을 기르기도 하고, 한켠에는 원두막도 지었다. 신준호·김연숙 씨 부부는 손이 많이 가는 농사일이 조금 고되긴 하지만 그동안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여유와 재미를 한껏 즐기며 살고 있다.
아내 김연숙 씨는 “기른 것을 사람들과 나눠먹고, 또 집에 돌아갈 때 싸주기도 하는 재미에 산다”고 말했다.
이들이 처음 당진에 내려오기 전에는 지역 ‘텃새’가 심할까봐 걱정도 했다. 하지만 특이한 집을 짓고 사는 신 씨 부부가 지역에 잘 정착하도록 주변 마을 사람들이 도움을 줬다. 지금은 신준호 씨 부부가 마을의 50대와 70대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면서 서로 “형님!”, “동생!” 하며 몇몇 가구가 친목회를 만들어 모일 정도란다.
“아파트 생활만 하다가 남편 회사 때문에 오게 된 당진이지만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는 걸 느껴요. 여기서 살다가는 다시는 도시에서 못살 것 같아요.” (김연숙 씨)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