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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05 20:37
  • 호수 1004

중국소녀 정수화 학생의 당진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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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고 재학…부반장 맡을 정도로 빠른 적응
한국에 살았던 부모님 덕에 익숙한 문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배우 김수현의 팬이 됐고, 아이돌 가수 EXO를 좋아하고, 영화 <7번방의 선물>을 재밌게 본 수화는 중국인이다. 약간 억양만 다를 뿐 한국인과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없다. 음식도 한국 온 지 몇 달 만에 주꾸미 단골집이 생겼을 정도로 한국생활에 잘 적응해 가고 있다.
수화가 이렇게 한국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 모두 중국 사람이지만 한국말이 능숙해 수화는 한국말을 듣고 쓰며 자랐기 때문이다. 또 어머니가 한국 음식을 자주 해줘 음식은 이미 익숙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드라마를 챙겨봤고 한국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
수화가 살던 중국 심양에서 한국까지는 비행기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당진까지 차를 타고 오는 데는 고작  5시간이 채 안 걸린다. 부산가는 거리와 비슷한 시간이다. 그러나 언어도, 문화도 다른 타국에 혼자 온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화는 한국서 공부하리라고 마음먹고, 이곳 당진을 찾았다.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수화는 입학하기 위해 학교를 처음 방문했을 때 “너무 떨렸다”고 말했다. 혼자 있을 때면 고향이 생각나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교정도 학교 아이들도 너무 낯선 존재였다. 수화는 “내가 여기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앞섰다.
수화는 혹시나 자기가 중국인이라서 아이들이 안 좋게 생각할까 걱정돼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 하지만 금방 못가 들키고 말았다. 발음과 억양이 조금 달랐는지 몇몇의 아이들이 궁금해 했고 결국 말할 수밖에 없었단다. 하지만 친구들은 편견은커녕 오히려 수화의 적응을 돕기 위해 많은 도움을 줬다.
학기 초 친구들과 한 방에서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눈 수련회가 큰 도움이 됐다. 친구들이 중학교 때 사귀었던 남자친구 얘기를 듣는 게 너무 재밌었다고. 더욱이 중국에서는 남녀합반인데도 불구하고 교칙이 엄격해 남녀 학생 간 연애는 금지사항이었다. 이곳에서 어린 남녀 아이가 서로 손 잡고 가는 것을 볼 때면 신기하기만 한 수화에게 그날 밤 친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국어 한 번도 배운적 없어요”
학급 부반장을 맡을 정도로 98% 적응을 마친 수화지만 해결해야 할 어려움이 있다. 처음 한국에 올 때는 “열심히 공부해야지”라며 단단한 각오를 다지고 왔지만 역시나 공부가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국어는 중국에서도 배운 적이 없어 수화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또 수학도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
수화는 “곧 있으면 시험인데 꼴찌만 안했으면 좋겠다”며 “반에서 10등 정도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수화가 제일 좋아하는 수업은 수학과 과학이다. 특히 담임선생님이 과학을 가르쳐줘 더 좋다고.
수화는 모국어인 중국어를 비롯해 능숙한 한국어와 일본어까지 3개 국어를 할 수 있다.
수화는 “일본어가 쉬울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계속 배우니 너무 어렵다”며 “그래도 영어보다는 좋다”고 말했다. 3개 국어가 가능하지만 영어는 정말 못하겠다고 손사레를 치는 수화다.
학교생활이 중국과 한국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지만 곳곳에 차이점들이 있다. 중국은 수업시간이 40분인데 비해 한국은 50분이고 중국은 체육복 겸 교복이라 체육시간에 따로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없지만 한국은 교복 따로 체육복 따로다. 또 중국은 급식실이 넓어 전교생이 같이 들어가 뷔페식으로 밥을 먹었지만 한국은 학년 별로 급식을 먹는다. 수화는 “1학년이라서 제일 마지막에 밥 먹는 것이 좀 불편하다”고 아쉬워 했다.

“한 두 살 차이도 엄격한 한국문화”
교칙 외에도 문화가 달라 어리둥절한 부분도 있었다. 중국의 경우 한두 살 차이는 큰 차이로 보지 않아 선후배 관계가 엄격하지 않은 반면 한국은 한 살 차이라도 언니·오빠라고 깍듯이 불러야 하는 게 아직까지 적응하기 어려운 문화다. 그래도 지금은 선배들도 있는 동아리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한국의 문화도 하나씩 익혀 가는 중이다.
“친구들이 ‘멘붕’이라고 말했을 때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어요. 알고 보니 멘탈붕괴(‘정신이 붕괴되는 것 같다’는 뜻으로 몹시 황당하거나 당황할 때 쓰는 말)의 줄임말이더라고요. 아직도 모르는 말이나 문화가 많아요.”
수화가 한국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해 나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가보지 못한 곳도 많고, 맛보지 못한 음식도 많다. 하지만 수화는 일상을 함께 나누는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가족들 덕에 하루하루 한국과 당진에서의 삶을 만끽해 나가는 중이다. 당차게 한국을 찾아온 꿈 많은 여고생의 푸른 청춘이 조금씩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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