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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기획]
자연과 벗 삼은 섬마을 여섯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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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초등학교 난지분교 아이들

난지섬에는 택시도 버스도 없다. 그 흔한 커피숍도 찾아보기 힘들다. 오로지 초록이 만연한 숲과 넘실거리는 바다만 있을 뿐이다. 섬마을 아이들의 눈에 학교는 공부방이자 놀이터이자, 세상의 전부다.
도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소난지도를 거쳐 대난지도에 도착하면 자연만이 가득한 조용한 세상이 펼쳐진다. 이정표 없이 한 길 따라 가다보면 작고 소담한 학교가 나온다. 모든 것이 작고, 적은 이 곳은 삼봉초등학교 난지분교(이하 난지분교)다.

삼봉초등학교 난지분교는 1959년 난지분교장에서 난지국민학교로 승격 개교했다.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학생 수로 1968년 다시 삼봉초와 통합됐다.
지금의 난지분교엔 6명의 전교생이 전부다. 맏언니 방예진을 시작으로 5학년 오준석·임예찬, 3학년 현상훈·임예림. 여기에 막둥이 1학년 임예인 학생이 난지분교를 다닌다.

“피자·햄버거 먹고 싶어요”
섬마을 아이들은 다가오는 어린이날이 기다려 진다.
예찬이는 여주에 사는 절친한 친구 창우가 난지섬에 놀러 온다며 들떠있다. 준석이는 교과서에서 배우는 신라와 백제 등 역사가 가득한 경주에 가고 싶고, 예인이는 분홍색 원피스가 갖고 싶다. 예림이와 예진이는 놀이공원이 가고 싶단다.
하지만 어린이날이라고 해서 먼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은 섬마을 아이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 수 점점 줄어
6명의 아이들 중 절반은 삼남매다. 임예찬, 예림, 예인 남매는 난지감리교회의 임지창 담임목사의 자녀로 부모님을 따라 작년 난지섬에 첫 발을 들였다. 또한 준석 군은 하주영 교사의 자녀로 올해 전학 왔다. 나머지 예진(부 방진현, 모 권선례)과 상훈(부 현영길, 모 김현주)은 난지섬 토박이다.
예진이는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준석이는 부모님을 따라 내년에 난지섬을 떠나게 된다. 상훈이는 부모님이 이사를 고민 중이다. 그러면 내년엔 삼 남매만이 학교에 남게 될지도 모른다.
가까운 소난지도 학생들은 난지분교에 다니기 어려워 삼봉초에 다닌다. 배가 대난지도에서 나갈 때는 소난지도를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 보트나 배가 없으면 통학할 수 없다.

점심 차리는 교사들
난지분교에는 류미선 교사와 하주영 교사, 정성태 교사와 관리를 맡은 이상식 주무관이 학교를 지키고 있다. 교사들 또한 섬 밖을 나가기 힘들다. 정성태 교사는 “올 해 난지섬 밖을 나가본 적이 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난지분교의 점심은 교사들이 책임지고 있다. 한 때는 조리원이 있어 급식이 제공됐지만 도시락비가 지원되면서 아이들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조업 혹은 장사를 하는 부모들이 도시락을 챙기기 어려운 실정이어서교사들이 직접 식단을 짜고, 뭍에 나가 장을 보고, 밥을 안치고, 반찬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성적도 문제 없어”
올해 전학 온 준석이는 처음엔 성적이 뚝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걱정은 잠시 다시 제 성적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예찬이는 준석이가 전학 온 후 평균이 30점이나 올랐다. 예진이도 난지섬에서 학원 하나 없이 학교를 다니지만 높은 성적을 자랑한다. 통합교육이라 수업의 질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가 있지만 1:1 맞춤 수업이 가능하고 3학년부터 실시하는 화상영어는 30여 분간 외국인과 직접 대화하며 수업을 진행한다.
학원도 하나 없는 이곳 아이들에게 학교 안은 물론 학교 밖 모두 교육■어린이날 기획 삼봉초등학교 난지분교 아이들자연과 벗 삼은 섬마을 여섯 아이들의 현장이다. 두꺼비가 짝 짓는 모습, 올챙이가 태어나는 순간, 갯벌에서 사는 조개를 두 눈으로 보고 만지며 직접 자연의 이치를 배운다.
이렇게 섬마을 어린이들은 자연을 벗 삼아 소박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 한마디]
양예진
같이 학교 다녔던 언니와 오빠들이 졸업해서 먼 곳으로 갈 때 아쉬워요. 저도 졸업하면 섬에서 나가 살아야 해요. 졸업해도 난지섬에 자주 오고 싶어요.
오준석
난지섬에 와서 자전거를 배웠어요. 여기 와서 배운 게 많아요.
임예찬
마을 어딜 가도 저희를 알아요. 먼저 인사하면 어른들도 다 받아주세요. 섬에서 사는 게 재밌어요.
임예림 
그네 타는 것과 공부하는 게 재밌어요. 오빠도 동생도 학교에 있어서 더 좋아요.
현상훈 
저는 바다를 지키는 해양경찰이 꿈이에요. 내년에 이사 갈 수도 있는데 저는 섬이 더 좋아요.
임예인
혼자 교실서 공부할 때는 외로워요. 그래도 노는 게 재밌어서 좋아요. 오빠(예찬)는 핸드폰이 제일 가지고 싶대요. 친구들이랑 연락하고 싶은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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