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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의 딜레마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당진시대l승인2014.05.24 15:22l(10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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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민들은 개인의 안전과 생명이 보장되는 국가로 대한민국이 거듭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6.4지방선거는 국민들이 그 소망을 투표를 통해서 위정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서 그러한 민심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유권자들의 선택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여당 후보, 야당 후보, 혹은 무소속 후보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정치현실에서는 그 어느 후보도 유권자의 표심을 적절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에 대한 인기도가 급락했지만, 그렇다고 야당 지지도가 높아지지 않는 이유이다.
현재 국민정서상 여당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높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당을 포기하고 야당을 선택할 유권자들이 많지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인 60대 이상의 고령 투표층과 영남지역의 유권자들은 6·4 지방선거에서 여전히 여당 후보들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여당이 탐탁친 않지만 그래도 야당에게 권력을 주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결국 유권자들은 현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투표로써 나타내지 못한다.
선택의 딜레마에 처한 유권자들은 지역색이 옅고 부동층이 많은 수도권과 강원-충청 지역의 거주자들이다. 야당 후보를 지지해 현 정권에게 경고메시지를 보내고 싶지만, 그렇다고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에 비해 특별히 나은 점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시·도지사 후보를 제외한 시·군 단체장이나 기초의회 의원 후보자들에게는 현재의 여당과야당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 인물이나 정책이나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지방선거에서는 투표를 포기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투표로써 정치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지만, 정작 선택하려보니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여야 모두 지난 대선에서 폐지하기로 약속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닌 무소속 후보의 당선은 여전히 어려워졌다. 여야 모두 국민적 지지도가 낮은 정치적 현실은 무소속 후보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지만, 지방선거에서 무소속후보가 당선되기는 쉽지 않다. 선거조직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언론을 통한 선거홍보도 효과가 적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무소속 후보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기 쉽지 않고, 결국 기존 정치권에서 기반을 닦은 여당이나 야당 후보 중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바람직한 점은 올해 지방선거에 나선 모든 후보들은 세월호 참사를 의식해, 주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공약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재난구조와 구호는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재난은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고, 지역적 특성이 재난구호에 매우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재난구조 기구는 해당 지역의 자치단체다. 그 지역의 지리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구호에 필요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재난구호 사례가 그것을 입증한다.
2001년 9월 발생한 뉴욕 테러사건은, 3000여 명의 생명을 일시에 앗아간 대형 재난이었지만, 뉴욕시 정부가 혼란을 최소화하며 잘 수습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무기력하게 대응한 부시 대통령 보다, 사고현장 구조와 수습을 맡은 뉴욕시장이 더 대통령답다는 인상을 미국인들에게 남겼다. 반면 18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미국정부의 대응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강력한 태풍으로 인해 지방정부마저 재난구호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연방정부가 재난구호를 맡았기 때문이다. 현지 실정을 모르는 연방공무원들이 와서 재난구호를 주도하다하니 손발이 맞지 않고, 많은 시행착오를 일으켰다.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려면 정부의 재난구조 기능이 혁신돼야 한다. 재난현장의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효율적인 구조활동을 벌일 수 있는 정부조직 구조는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재난구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6.4지방선거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더 잘 지켜줄 지역의 후보를 고르는 지방선거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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