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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4.07.19 22:19
  • 호수 1019

[칼럼]‘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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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선치안감 / 경찰교육원장

매우 안타깝게도 올해 상반기에는 세월호 침몰사고, 서울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 장성 요양원 화재 등 국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던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안전사고와 재난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사고원인 규명 작업과 함께 국가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종합적인 안전강화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들도 이번 사고들을 계기로 보다 완벽하고 체계적인 사회안전시스템이 갖춰지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정부대책만으로 과연 우리 사회의 안전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수 있는 것일까?
세월호 사고의 원인에 대해 일본 게이오 대학의 이홍천 교수는 아사히신문 기고에서 “한국은 서둘러 경제대국이 되기 위해 안전에 대한 기본 원칙들을 무시하고 속도만을 극단적으로 강조해 온 것 같다”며 “이번 사고의 핵심은 안전에 대한 태만”이라고 진단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교수 역시 “한국사회가 가진 위험요소가 한 번에 터진 참사”라면서 빠른 근대화 과정 속에서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한국사회의 자성을 촉구한 바 있다. 결국 한국사회의 안전난맥상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열쇠는 정부의 안전강화 노력과 함께 사회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보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우선 정부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부문이나 민간부문 모두 안전에 대한 투자를 충분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15년 전에 발생했던 화성 씨랜드 화재를 비롯해 다양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안전의 중요성이 반복적으로 강조돼 왔지만, 잠시 반짝하고 말았던 것은 소요재원이 충분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국내 여객선 217척 가운데 67척(31%)이 일본에서는 운행하지 않는 ‘20년 넘은 고물 배’다. 서울지하철 1~4호선 전동차 1954량 가운데 802량(41%)이 20년 넘은 노후 차량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전사고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나아가 안전예산 지출에 저항이 발생한다고 해서 예산투자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도 당장의 수익창출에 급급해 안전요원 확보나 안전시설에 대한 지출을 더 이상 늦출 일도 아니다.

또 하나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반드시 치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 회원국 근로자 1만22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근로자의 안전 중시도는 15개 국가 가운데 12위, 안전 체감도는 13위였다. 지난해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는 사망 1090명, 부상 8만3107명에 이르러 OECD 회원국 중 1위이고,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19조2000억 원에 달했다. 올해 발생한 사고들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10년, 20년 전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음을 대변해준다. 이제는 국민 스스로 안전수칙과 매뉴얼을 준수하는데 따른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학교, 가정, 직장에서의 안전교육과 대응훈련도 내실 있게 이뤄져야할 것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경제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지출할 때 달성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고와 재난으로부터 어른들이 책임을 다하는 길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비난과 비판에 열 올리기보다 그간 안전문제에 대해 소홀했음을 자성하고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안전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그리하여 횡단보도와 교통신호를 비롯해 각종 안전규정과 매뉴얼을 그저 귀찮은 사족쯤으로 여기며 쉽게 무시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안전사고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울리히 벡(Ulrich Beck) 교수의 말처럼 현대사회가 위험과 재난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위험사회’여서 혹여 불가피하게 발생하더라도, 사고원인이 인재(人災)라는 이야기만큼은 더 이상 듣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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