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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대한민국 양대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사장 해임과 선임을 두고 홍역을 앓았다. 두 방송사 사장 모두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공영방송의 핵심가치인 공정성과 독립성을 해쳤다는 비난을 받고 해임됐다.
진통 끝에 두 방송사 모두 새로운 사장을 선임했지만,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공영방송사로 거듭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왜냐하면 현재 KBS와 MBC의 공정성 시비는 사장의 자질 탓이라기보다는 방송사 내부의 구조적 결함으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공영방송은 과거 식민지 시절과 군사독재 시절 형성된 권위주의적 조직구조, 즉 중앙과 지방으로 이원화된 수직적 통제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KBS와 MBC 모두 전국적인 방송망을 갖고 있고, 전국의 시청자들로부터 수신료를 받고 있지만, 지방방송사 운영은 철저하게 서울에서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방방송사는 중계소나 다름없고, 지방방송사 책임자는 서울에서 잠시 파견됐다 돌아가는 인사들이다.

우선 KBS를 보자. (MBC는 다음 칼럼에서 상세히 설명하려 한다) KBS의 뿌리는 일제 강점기의 JODK방송이다. 일본이 한반도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1927년에 서둘러 만든 방송국이다. 해방 직전까지 일제는 당시 경성의 중앙방송국 외에 전국 각지에 18개의 지방방송국을 설치했다. JODK는 해방 후 미군정에게 이양돼 지금의 KBS가 됐는데, 서울의 중앙국이 지방국을 관리하는 체제가 그대로 남았다. 이후 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을 거치면서 중앙과 지방의 수직적 체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지금 KBS의 문제는 식민지와 독재시절의 수직적 지배구조를 민주화 시대에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다. KBS의 중앙집권적 구조를 가장 잘 이용한 사람들은 독재자들이었다. KBS 사장 한 사람을 통해 전국적으로 권력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민주화 이후 과거 KBS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지만 결국은 실패로 돌아갔다. KBS 권력의 지역분산을 도외시 한 탓이다.

현재 KBS의 지역국은 지역주민을 대변하는 언론기관이라 보기 힘들다. 지방에서 거두는 수신료가 80%를 차지하지만 KBS는 전체 방송프로그램의 90%이상을 서울에서 만들고, 직원의 67%가 서울 본사에서 근무한다. 전국에 18개 지역국과 지역총국은 퇴임 직전 본사 간부들이 잠시 들렀다 돌아가는 곳이다. KBS 지역국은 해당지역에서 가장 큰 건물을 소유하고, 가장 중요한 언론으로 행세하지만, 실제는 지역주민과 가장 괴리된 공공기관이다.
KBS 지역방송국이 방송국이라기보다는 단순 중계소로 기능함에 따라, 역설적으로 KBS는 더욱 더 전국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지역주민들이 지역방송뉴스나 지역프로그램은 외면하고, 9시뉴스나 1박2일 같은 오락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KBS의 전국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공정성 확보는 어려워진다. KBS 내부적으로는 권력에 줄을 대 퇴사 후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직원들이, 외부적으로는 KBS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유혹과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KBS가 더 이상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영방송으로 재탄생하려면 ‘흩어져야’ 한다. 서울에 권한이 집중된 수직적 통제구조를 지방총국의 수평적 연합구조로 바꿔야 한다. 서울 본사와 18개의 지역국이 지금과 같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운영되지만, 지역국이 해당 지역의 수신료로 운영되며 일정 정도 자율권을 갖는 독립된 방송국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KBS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국 국장 중에서 선출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다수의 분산된 지역국이 중앙국을 견제할 수 있는 조직구조로 KBS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권력의 눈치를 보는 방송이 아니라 시청자를 무서워하는 방송이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마찬가지로 공영방송 KBS의 미래도 역시 지방분권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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