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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물
  • 입력 2014.09.19 22:38
  • 호수 1026

읍내동 ‘폐지 줍는 할머니’
버려진 신발 주워 신고 다녀 휜 발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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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비 19만 원…월세 내면 남는 것 없어
85세노인 폐지 주워 생활비 마련

 

청소는 언제쯤 했을까. 집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풍겨오는 퀴퀴한 냄새. 집안 곳곳에 어지러이 널려 있는 생필품들. 온전한 물건이라고는 달랑 선풍기 한 대 뿐이다. 낮이지만 어두컴컴한 쪽방 안에서 전등도 켜지 않고 허기진 배를 달래고자 앙상한 손으로 끼니를 준비한다. 읍내동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로 알려진 박 씨(85) 할머니는 외로운 독거노인이다.
박 씨 할머니의 주 수입원은 기초생활 수급비 19만 원이다. 이마저도 월세 15만 원을 지불하면 수중에 4만 원이 남으며 전기세를 납부하고 나면 얼마 남지도 않는다.

남편 보내고 생활고 겪어
박 씨 할머니의 생활이 원래부터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18살 어린나이에 시집와 남편과 시어머니, 시동생 등과 유복하지는 않았지만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53세 되던 해에 남편을 하늘로 떠나 보내고 혼자 남은 그에게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하나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그나마 남아 있던 싯가 500만 원 하던 집도 사기를 당해 잃어버리고 일을 하던 남편이 없으니 농사일도 어려웠다.

생활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며 간간히 살아 왔지만 삶은 점점 더 어려워지기만 했고 나이도 먹고 몸도 점차 쇠약해져 일거리를 찾기 쉽지 않았다. 폐지를 주워 판매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비록 늙고 아픈 몸이었지만 길거리를 걷다보면 수입원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지 못한 날에는 못나가.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어 몸이 아프거든. 몇날 며칠 주워 모은 폐지를 판매하면 수중에 몇 만 원 쥐어지는 게 전부야. ”

호적 등록된 조카로 수급금 줄어
자식을 낳지 못했던 그의 호적에는 현재 아들이 있다. 35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친 시동생의 아들이 입적돼 있기 때문이다.
조카는 학창 시절 재혼한 친어머니 곁으로 떠났고 이 일을 잊고 지내다 얼마 전 “호적에 아들이 올라가 있어 수급금을 낮춰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동사무소와 경찰서를 통해 알아봐도 조카에 대한 정보는 “서울에서 제2금융권에 근무하며 살고 있다”는 말 뿐이었다. 호적을 정리하면 수급금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데 도통 연락처를 알려주는 곳이 없다.
“속상해. 어떻게든 연락처만 알 수 있으면 호적정리가 이뤄질 텐데…. 35만 원 나오던 지원금이 19만 원으로 떨어지고 나니 막막해 지는 거야.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생활고에 교통사고까지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박 씨 할머니는 이제 연로한 나이에 안개가 낀 듯 눈도 잘 보이지 않아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추석이 다가오기 1주일 전 교통사고를 당해 발목을 다치면서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만 했다. 다행히 뼈는 다치지 않았지만 걷기에 지장이 컸던 그는 그나마 생활에 도움이 되던 폐지 줍기를 할 수 없어 마음을 졸이고 있다.

그의 생활에 대해 몇몇 사회단체에서 소식을 접하고 선풍기도 전달하고 집안일도 거들며 봉사했지만 크게 형편이 나아지지는 못했다. 전기세가 아까워 전등도 켜지 않고 겨울철 전기장판을 틀지도 않는 박 씨에게 선풍기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사람들의 도움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그래도 없는 살림에 전기세라도 아껴 살아야지. 폐지 줍는 일도 매일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파지 줍는 할머니’를 향한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진시대 김창연 기자 010-9401-8410
 / 355-5440
당진시노인복지센터
담당복지사 윤희
360-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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