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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전설을 찾아서 7
우강면 송산리 안골 은여우, 거북바위
사람을 황소로 둔갑시킨 천년묵은 안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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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 거북바위 꼬리 쪽 향해야 마을 부흥
은골, 안 씨가 많이 살아 ‘안골’로도 불려

우강면 송산리 은골 인근에 천 년 먹은 여우가 살고 있었는데, 인근 마을의 가축을 잡아먹어 솔뫼에 사는 박포수가 여우를 잡으러 나섰다. 은골로 들어서자 백발에 흰 도포를 입은 노인이 개울에서 돌을 줍고 있었고 박 포수가 노인에게 누구냐 물으니 노인은 “나는 은골사는 안 생원이요”라고 말했다. 그 아래로 돌아 다음 개울가로 가니 아까 그 노인이 있었다. 이번에 그는 “나는 중뱅이 사는 허 생원이요”라고 말했다. 사람의 모습을 한 여우를 잡지 못한 박 포수는 빈 손으로 집에 돌아와야 했다.

이튿날 다시 여우를 잡으러 떠난 박 포수는 여우의 술법에 걸려 황소로 변했다. 그는 두레와 멍에를 차고 사람으로 둔갑한 여우에게 끌려 합덕 버그내 장으로 갔다. 아무리 사람들에게 말을 하려고 해도 ‘음메~’하는 울음소리만 날 뿐이었다.
노인은 박 포수를 한 아낙에게 팔며 ‘절대로 무를 먹이지 말라’고 말했다. 아낙에게 끌려가던 중 때마침 청무 밭이 나타나 그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는 심정으로 무를 먹었다. 그러자 주술이 풀려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박 포수는 집으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뉘고 잠에 빠졌는데, 어디선가 “박 포수~, 박 포수~”하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여니 그때 그 노인이 집 앞에 서있었다.
박 포수는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지만 노인은 소판 돈을 주며 “당신 몸값이요, 다시는 나를 잡으려는 생각을 하지 마시오”라고 말하며 사라졌다.
송산1리 안은모 이장은 “송산리에 사는 안 씨들을 놀릴 때 안 여우라고 불렀다”며 “안 씨 어르신들이 있을 때 안 여우라고 하면 혼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꼬리 쪽에 좋은 기운 몰려
송산리 인근에 위치한 당산 꼭대기에는 거북의 모양을 한 거북바위가 있다. 이전부터 거북의 머리가 좋은 기를 먹고 그 기를 다시 배설한다는 인식이 있어 거북의 꼬리가 마을을 향해 있어야 마을이 풍요로워진다는 말이 있었다. 한편 송산리 청년들은 마을이 어렵고 악상이 많았을 때 거북이의 꼬리가 송산리로 향하도록 바꿨다. 이후에 다른 마을에서 거북바위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걱정해 거북바위 주변에 시멘트를 붓고 자갈을 깔아 순성 쪽으로 머리를 향하게 했을 정도로 마을간 거북바위의 방향을 두고 다툼이 일기도 했다. 마을 원로인 이은호 옹은 “당시 거북바위가 머리는 우강면 송산리 쪽으로 꼬리는 순성 아찬리 쪽을 향해 있었다”며 “마을 청년들이 중장비와 차를 동원해 거북바위의 방향을 바꾸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 거북의 방향을 바꾼 뒤 마을이 풍요로워졌다고 한다.

[인터뷰] 우강면 송산리 이은호 옹
“여우에 홀린 사람도 있어”
“이전에도 술 취한 사람들이 밤새  헤매다 새벽에 돌아오는 경우가 있었어요. 어른들은 그걸 여우에 홀렸다고 말했죠. 여우에 홀린 사람들은 여우가 밝히는 빛만 따라다녔다고 말합니다.”
송산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이은호 옹은 마을 곳곳에 추억이 있다. 그는 “이전에 마을 이장을 맡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한 때 시의원으로도 활동했지만 이장으로 땀을 흘리며 일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편집자주>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수많은 전설들이 전해진다. 스쳐지나가는 고개, 바위, 길 하나에도 지역의 역사가 담겨 있고 숱한 사연이 있다. 하지만 지역의 전설들은 당진의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자리를 잃고 사라지고 있다. 이번 기획은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기록하고, 많은 이들에게 지역의 이야기를 전달해 지역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자 시작됐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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