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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14.09.19 23:38
  • 호수 1026

화려한 도심의 짙은 그림자 ‘서문리 폐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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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개발 무산되며 버려진 집들
범죄·청소년 비행 장소로 사용 우려

깨진 유리창, 삐걱대는 오래된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타난 사람의 흔적. 방치된 지 10년이 넘은 오래된 폐가에 불과 며칠 전에 비운 것 같은 술병이 나뒹굴었고, 담뱃재와 모기향을 피웠던 흔적이 가득했다. 한 편엔 라면을 끓여 먹은 듯 검게 그을린 냄비가 낡은 휴대용 가스렌지 위에 올려져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자 냉기를 피하려는 듯 은박 스티로폼을 깐 바닥에 이불과 옷가지, 운동화 몇 켤레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서 납치된 여학생이 성폭행 당한 뒤 살해당한 그곳이 떠오르는 곳. 범죄 스릴러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던 장소가 지금, 여기 우리 곁에 있다. 옛 이름은 서문리, 지금은 서문1길 등으로 불린다.

한낮에 지나다니기도 무서워

당진2동 주민센터 뒤쪽으로 불과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오래된 빌라가 보인다. 드문드문 불빛이 보일 뿐 대부분 사람이 살지 않는다. 빌라를 지나 골목 깊숙이 들어갈수록 인적이 사라지고, 가로등 불빛조차 희미해진다.

이 일대에서 매주 금요일 밤마다 3년 째 방범활동을 하는 새마을지도자 당진1동협의회·부녀회(회장 정완옥·이경자) 회원들에 의하면 수년 전, 아파트 신축 공사를 한다며 이 일대 주민들이 보상을 받고 마을을 떠났다고 한다. 하지만 아파트를 짓겠다던 업체는 부도가 나면서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고, 그 당시 멈춰버린 시간처럼 마을은 방치돼 왔다.
그렇게 사람들이 떠난 자리엔 빈 집들만 남았다.
“이렇게 버려진 폐가가 이 일대에 80여 곳이나 돼요. 인적이 드물고 스산해서 한낮에 지나다니기도 무서울 정도죠.”

급격하게 진행된 슬럼화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은 폐허로 변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이곳에 하나 둘 생활폐기물 등 쓰레기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한때는 꽃들을 피웠을 마당은 담벼락 높이만큼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그나마 집 형태를 갖추고 있는 곳은 노숙인들이 들어와 비와 바람을 피하다 가곤 했다. 때로는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이곳에 모여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기도 한단다.

새마을지도자 당진1동부녀회 이경자 회장은 “종종 술 먹고 싸우는 소리도 들린다”며 “항상 회원 여럿이 순찰을 도는데, 가끔 폐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112에 신고하지만 빨리 출동하지 못할 땐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우범지역으로 전락한 서문리 일대에 대해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도심 상권의 인근 마을로 한때는 당진의 중심가였던 이곳은 슬럼화가 심각한 실정이지만 경찰과 주민들의 순찰 이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 않다.

우범지역…“해결 필요”

새마을지도자 당진1동협의회 정완옥 회장은 “자칫 화재가 나거나 큰 사건·사고라도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겠느냐”며 “이 일대에 대한 해결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문리 옆을 흐르는 당진천 건너엔 개발된 도시의 상징이듯 키 높은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당진의 화려한 도심 속 불빛 뒤에 ‘서문리 폐가촌’과 같은 짙은 그림자 길게 드리워져 우리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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