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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4.10.17 18:27
  • 호수 1030

문화예술로 당진을 풍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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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붕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막연히 미국을 동경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영화가 좋았고 미국 팝가수에게 정신줄을 놓으며 열광했다. 젊은이라면 팝송·샹송·칸초네 한 곡 정도는 흥얼거릴 정도로 외국의 대중문화에 빠졌던 시절이다. 일본은 싫어해도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에 열광하며 ‘일본’을 잊곤 했다. 이렇게 특정문화를 즐기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나라를 동경하고 그 나라의 제품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 채워지는 만족감과 같은 무엇인가를 느끼며 살았다. 돈으로 채우지 못하는 만족감, 이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다. 그리고 문화는 예술이 살찌운다.

얼마 전 송악읍 기지시리에서 열린 ‘거리미술제’에 참가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거리미술제를 보면서 ‘이제 당진도 문화예술로 마음을 채워야 하는 시기가 됐구나’, ‘이제 그 노력들이 행동으로 나타나는구나’ 하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아직도 대중들에게 문화니, 예술이니 하는 것은 그것을 생산해내고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람들만의 것이고 ‘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에 누구나 아주 쉽게 문화예술을 접하고 향유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일상생활을 하는 거리를 오가며 ‘저게 뭐지?’ 하는 호기심으로 미술작품을 한 번 두 번 보다 보면 마음속에 느낌이 일어나게 되고, 또 몇 번 접하다 보면 문화예술적 소양이 자연스럽게 키워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전시관 또는 공연장을 찾게 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직접 해보고 싶은 충동에 붓이나 악기를 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게 하는 노력들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인 것이다.

게다가 이번 거리미술제는 당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물론 인천·부천·천안·아산 등 타 지역의 많은 화가들이 참여했으니, 작품에 숨어있는 다양한 작가들의 개성을 찾아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청년들의 애향심과 갤러리를 안고 있는 송악의 열린 마음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일본 가나자와시에서는 ‘예술의 문턱을 없앤다’는 목표로 개관한 ‘21세기 미술관’ 하나가 도시의 분위기와 성격까지 바꾸었다고 한다. 매년 가나자와시 인구의 3배가 넘는 150만 명이 이 미술관을 찾았고, 외국인을 비롯해 젊은 관람객이 몰리면서 가나자와시를 문화예술도시로 바꾸었다. 특히 미술관이 시내의 공원과 상가, 빈집 등을 예술 무대로 활용하면서, 가나자와시는 ‘문화도시’, ‘열린도시’의 상징이 됐다고 한다.

국민소득이 높다고 선진국이라고 하지 않는다. 경제수준과 문화수준이 동시에 높은 나라가 문화국가이고 선진일류국가다. 이미 우리나라는 경제가 문화에 손을 내밀 정도로 문화강국의 지위에 올라섰다. 대한민국이 일류선진국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이유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문화적 자부심을 가져야 하며, 기업과 문화단체 그리고 공공기관은 국민 모두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적 역할을 확산해 나가야 한다.

이는 바로 우리 당진이 가야하는 길이기도 하다. 문화와 예술은 전문가들의 영역이 아닌 바로 우리 모두가 즐겨야 하는 영역이다. 풍년을 만드는 농부의 땀처럼,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기업인들의 노력처럼, 문화예술계와 시민단체의 이러한 노력에 공적 부문의 노력과 지원이 더 채워지길 바란다. 이렇게 문화예술이 풍부한 당진이 될 때 시민들도 당진을 더욱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당진의 가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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