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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관광객이 찾는 프랑스의 농촌 소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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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프랑스 파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도시다. 그런데 파리를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들 중 심리적 충격으로 정신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소위 ‘파리 신드롬(Paris Syndrom)’이라고 불리는 증상이다. 예술과 낭만의 도시로 기대하고 파리에 갔다가 지저분한 거리와 불친절한 파리 시민들을 목격한 후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전에는 주로 일본 관광객들에게 나타났는데, 최근 뉴욕 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그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다녀 본 유럽의 주요 도시 중에도 파리가 가장 더럽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도시였다. 런던·마드리드·베를린·스톡홀롬 등 유럽 국가의 수도들은 나름대로의 질서와 청결함을 유지했지만, 파리는 그렇지 못해 보였다. 특히 관광객이 몰리는 파리 도시 중심은 프랑스의 수도라기보다는 관광 유원지나 다름없어 보였고, 유색인종이 몰려있는 도시 외곽은 우아하고 세련된 파리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많은 해외 관광객들에게는 파리가 프랑스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프랑스는 사실 전국이 관광지나 다름없다. 해외 관광객들을 피해 파리 시민들은 동부의 알프스 산맥, 남부의 지중해, 중부의 포도재배 지역에서 긴 바캉스를 보낸다. 프랑스 농촌 소도시 지역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 로마시대와 중세 이후의 건축과 유적도 많이 남아있고, 지역마다 다른 포도주와 음식은 미주와 유럽 국가들의 관광객들을 끊임없이 불러들이고 있다.

필자도 프랑스 중부와 남부지방을 지방도로를 따라 2주간 자동차로 둘러보았다. 마을 중심으로 도로가 관통하고, 작은 성당과 광장 그리고 빵집과 정육점 들, 생필품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프랑스 농촌 소도시의 전형이었다. 강이나 계곡을 따라 형성된 자연부락들이 대부분이지만, 외부의 침입을 피해 산꼭대기에 성을 쌓고 마을을 형성한 곳도 많았다.

프랑스의 농촌 소도시는 관광산업 외에는 경제적 활력소가 없어 보였다. 생산시설이나 서비스 산업은 대도시에 몰려있고, 유럽연합 국가들의 값싼 농산물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프랑스 농부들은 더욱 생계가 힘들어지고 있다. 필자의 여행 중에도 한 프랑스 농민이 농산물에 부과되는 높은 세금에 항의해서 세무서를 불태웠다는 뉴스가 TV를 통해 전해졌다.

그런데 소도시로써 그 규모는 비슷했지만, 지역 별 차이는 확연했다. 세월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낡고 헐어서 방치되는 마을도 많았지만, 관광자원을 잘 개발해서 활력을 유지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프랑스 소도시 농촌지역의 관광활성화 전략은 대체로 비슷해 보였다. 지역마다 거의 예외 없이 관광안내소를 설치해 도시 진입로부터 표지판으로 안내하고, 인근에 주차장을 마련해놓았다. 관광안내소에는 다양한 홍보책자와 안내책자가 준비돼 있고, 영어를 구사하는 직원들이 친절하게 정보를 제공해 줬다. 그래도 대부분의 지도나 책자는 프랑스어로만 되어 있고, 대도시 관광지에서 제공되는 일어나 중국어 안내책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프랑스 농촌지역을 찾은 아시아 관광객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프랑스 소도시 관광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먹거리다. 지역 고유의 음식과 포도주를 제공하는 카페와 식당들은 손님들로 넘쳐났다. 또 다른 경쟁력은 문화상품이다. 파리에 널려있는 싸구려 기념품 가게보다는, 지역 예술가들이 만든 공예품이나 미술품을 파는 고급 아뜰리에들이 많았다. 귀족들이 사용하던 성은 음악공연이나 예술품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덕분에 프랑스 농촌소도시 지역 관광은 문화예술의 나라로써 프랑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창이 되고 있다.

현재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은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와 제주도에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한류 TV 드라마에서 봤던 한국의 모습과 직접 와서 체험한 한국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고 돌아간다. 이들이 ‘한국 신드롬’을 겪지 않도록, 전국 각지로 골고루 해외 관광객을 분산시켜 한국의 진면목을 보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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