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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30 21:20
  • 호수 1032

학생들에게 ‘산’이 돼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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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정보고 이인학 교사,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
위기 처한 제철고에서 취업률 100%로

스승인 그는 제자들보고 본인을 뛰어 넘으라고 한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 처럼. 교사인 그는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지만 제자들이 자기 대신 사회에 나가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볼 때면 “교사가 되길 잘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학생의 99가지 단점보다 1가지 장점을 찾으려 했던 이인학 교사(당진정보고)가 교직 생활 36년 만에 대한민국 스승상을 수상했다.
 
미호중학교에서 당진정보고까지
그는 교사이기 전 토목기술자였다. 하지만 잦은 출장으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했고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 했다. 그는 농촌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알려주기 위해 ‘교사’를 택했다. 그렇게 1979년, 미호중학교가 폐교되기까지 25년 간 그곳에서 기술 과목을 가르쳤다. 그후 천안여자중학교, 합덕제철고, 당진정보고를 오게 됐다. 숨 가쁘게 달려 온 교직생활은 오는 2016년이면 끝이 난다.
전문계와 인문계 학교를 오갔던 이 교사는 스스로 ‘전과범’이라 부른다. 한 과목만이 아니라 정보, 컴퓨터, 전문상담, 문학 등 총 7개 과목의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멀티 티쳐’를 강조하며 “다기능이 필요한 시대에서 한 과목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8년 동안 함께한 합덕 제철고
그가 합덕제철고에 부임했을 2006년에는 ‘합덕산업고’였다. 이 교사의 말에 따르면 당시 한 반 졸업생이 6명이었다고 한다. 졸업사진에도 교사와 6명의 아이들이 전부였다. 또한 공부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기에 ‘스승’등 과 같은 한자어는 ‘선생님’이라고 알기 쉽게 바꿔 알려줘야 할 정도로 어휘력이 약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의 어휘력을 높이기 위해 책을 읽고 독서록을 쓰게 했다. 처음에 아이들은 독서록은 커녕 책 읽는 것 조차 싫어했다. 하지만 점차 독서록 제도가 자리를 잡아갔다. 현재 이 제도는 합덕제철고의 졸업인증제도에 포함될 정도로 체계화 됐다.
또한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만 “봉사해야 한다”고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봉사활동을 나가기 시작했다. 당진정보고에서 근무하는 지금도 여전히 주말이 되면 제철고 아이들과 지역의 복지시설로 봉사하러 간다.

자퇴 위기 제자가 100점 제자로
세 달간 오랜 적응기간을 거쳐야 할 정도로 제철고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행동으로 보이며 마음으로 다가갔고 그 모습을 본 아이들도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가 기억하는 학생 중 한 명은 교사와의 갈등으로 자퇴까지 마음 먹고 학업을 포기하려 했다. 그때 이 교사는 학생에게 “교사를 이겨보라”며 “열심히 공부해서 그 교사의 과목에서 만점을 맞아보라”고 말했다. 제자는 스승을 믿었고 정말 만점을 맞았다. 그 뒤 그 학생은 무사히 제철고를 졸업해 취업한 회사의 작업 생산량을 150%를 올리는 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그는 “자퇴까지 하려던 아이가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것을 보니 ‘내가 교사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선생님 별명은 ‘울라프’
영화 <겨울왕국>에 나오는 눈사람 울라프는 툭 튀어나온 앞니에 뾰족한 당근으로 심어진 오똑한 코를 갖고 있다. 눈사람이면서도 따뜻한 포옹을 좋아하는 울라프의 귀여운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울라프를 좋아한다.
학생들은 이인학 교사에게 ‘울라프’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 교사와 울라프는 정말 닮았다. 처음 이 별명을 들었을 때 이인학 교사는 울라프가 눈사람이라서 싫어했단다. 겨울에만 살고 다른 계절에는 사라지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법에 걸린 울라프는 안 사라져요”라는 아이들의 말에 그 캐릭터가 좋아졌다고 그는 “이 나이에 귀엽다는 소리도 듣는다”며 웃었다.
‘울라프’는 그와 학생들의 허물 없는 사이를 보여주는 별명이다. 외모와 닮은 별명으로 기분이 나쁠 만도 하지만 그는 학생들과 생각을 같이하기에 울라프란 별명이 싫지만은 않다. 오히려 그의 책상 한 편에 학생들이 그려 준 울라프가 고이 모셔져(?) 있다.

“교사, 산처럼 학생 품길”
36년의 교직생활을 뒤로 하고 이제 2년이 지나면 그는 학교를 떠난다. 하지만 그의 곁에 아직도 남아있는 제자가 있는 것처럼 앞으로도 영원이 그는 ‘스승’일 것이다. 그는 퇴직 후에도 멘토로서 학생과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다.
“선생님들이 산처럼 학생들을 포용하길 바랍니다. 산에는 독초와 해충과 이충 등 모든 것이 있죠. 하지만 산은 거르지 않고 모두 포용합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 착한 학생, 부적응하는 학생 등 그 모든 학생들을 교사들이 포기하지 않고 산처럼 품어줬으면 하는 마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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