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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06 20:15
  • 호수 1033

삶의 터전이 된 아버지의 유산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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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 고향에서 우럭 양식장 운영
반건조 우럭 ‘어마니’ 판매도 4월부터 시작


바다는 아버지의 유산이다. 뭐가 그리 급했던 건지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아들에게 드넓은 바다를 남겨 주셨다. 푸른 바다가 붉은 노을빛으로 물들 때 양어장 한가운데서 기울이는 소주 한 잔에는 그의 고된 하루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함께 담겨 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지역을 떠나 있었던 박치송(석문면 교로3리, 39) 씨는 군대를 갓 제대한 뒤 바다로 돌아왔다. 섬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바다는 고향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어선 한 척과 양식장을 남겨 놓고 가셨고, 어머니는 여전히 바다에 계셨어요.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고향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죠.”

양식업에 뛰어든 24살 청년

스물 너 댓 살짜리 어린 청년에게 바다일은 쉽지 않았다. 대중적이면서도 비교적 까다롭지 않은 우럭 양식을 선택했지만 첫 해에는 기술이 없어 물고기가 모두 폐사하기도 했다. 그렇게 3년 넘게 헤매던 그는 지인의 도움으로 하나 둘 양식 기술을 익혀나갔다.
그는 도비도에서 양식장을 운영하고 그의 어머니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에 매달렸다. 그렇게 5~6년을 지내다 보니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대부분 회로 먹는 우럭을 말려서 판매하기로 했다.

박치송 씨는 “어렸을 때 말린 우럭을 먹던 것이 생각났다”며 “건조시킨 우럭은 회로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일이 손질해 자연풍으로 건조하다 보니 일손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날씨의 제약을 많이 받았다. 우럭을 건조하기 적합한 날씨는 연중 봄과 가을뿐이어서 자연 건조는 생산성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지자체로부터 일부 경비를 지원받아 건조·포장 설비를 완공해 지난 4월부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쫄깃하고 맛 좋은 우럭

물고기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면서 정감 있게 어머니의 부르는 듯한 ‘어마니’라고 이름 지은 그는 블로그(blog.naver.com/amani01) 등을 통해 어마니 우럭을 사람들에게 알려나가고 있다. 우럭 수분함량을 40% 이하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반건조 우럭보다 중량이 줄긴 하지만, 가장 쫄깃하고 맛이 좋은 것은 박 씨가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결론이다.

또한 기존의 방식대로 배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등을 갈라 손질하기 때문에 모양이 좋고, 먹기에도 편리하다. 무엇보다도 도비도 양식장에서 그가 직접 기른 통통한 우럭을 위생적으로 건조하고 포장까지 해서 판매되는 것이 가장 믿음직스러운 부분이다. 요즘엔 해썹(HACCP)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제 입에 맛있어야 소비자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장 적합한 염장시간과 건조 상태 등을 위해 많이 고심하고 연구했죠.”

최근 박 씨는 KBS VJ특공대 등에 귀어민(歸漁民)으로 소개되면서 부쩍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방송 이후 미국에 사는 교포가 반건조 우럭을 주문하기도 하고, 귀어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문의해 오기도 한다고.

“후회는 없다”

아버지의 유산이었던 바다는 이제 그의 20~30대 청춘을 다 바친 삶이 됐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박 씨를 지켜낸 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다.
“후회는 없어요. 과연 제가 남들처럼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생들 다 대학 보내고 어머니 모시면서 살 수 있었을까요. 지난 실수와 실패 모두 밑거름이 됐죠. 이제는 이 일이 정말 재미있어요. 일 다 끝내고 해가 넘어 갈 때 양식장 한가운데서 먹는 소주 한 잔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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