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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
  • 입력 2014.12.19 18:10
  • 호수 1039

사랑을나눠주세요42 59세 아들 ‘모시고’ 사는 할머니
“아들이 그날 울었어. 그러더니 갑자기 정신이 나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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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다섯 나이 품삯 받아 생활
남편, 수술 후 28일 만에 숨져

남편이 보증을 서줬단다. 차압이 들어왔고 김순자(85·가명) 할머니네 가족은 손 쓸 새도 없이 빚더미에 앉았다. 그때 아들이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 소리 내며 울었다.
그 이후 아들은 말이 없어지고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옷을 벗고 집 밖을 나서기도 하고 부엌에 있던 밥그릇을 나무 아래 가지런히 놓는가 하면, 소리 나는 시계는 버리고 선풍기는 분질러 놓았다.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으며 아버지가 죽어가던 그 때, 병원을 오라고 할 때도 오지 않았다. 아들이 마음의 문을 닫고 동굴 속으로 들어간지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인천에서 당진으로
20년 전 빚도 다 갚지 못하고 250만 원을 가지고 아버지와 김순자 할머니는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당진으로 내려왔다. 당시 할아버지 나이는 71세, 할머니는 65세였다. 인연 없는 이곳에 땅 한 평 가지지 못했던 이들에게 ‘돈’은 너무도 멀리에 있었다. 가을이면 버려지는 무, 배추를 주워 먹으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래도 그 당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매달 지원되는 금액으로 형편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지원이 끊겨 현재 기초연금으로 세금과 집 월세, 가스비, 전기세 등을 내면 남는 것이 없단다.

수술 후 28일 만에 세상 떠나
아들이 방에서 나오지 않고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자 남편도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아들이 있는 집에는 있으려 하지 않았다. 밖으로 겉돌았고 그러다 크게 넘어졌다.
병원에서는 다리와 허리 쪽 뼈에 이상이 있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을 하면 일어날 것이라 했다. 하지만 남편은 수술 후 28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남은 것은 아들과 할머니
결국 이 집에 남은 사람은 85세의 할머니와 59세의 아들뿐이다. 병원을 가려하지도, 밖을 도통 나가지도 않는 아들은 일을 하지 않았다. 기초연금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가 어려웠다. 여든 다섯의 노모는 그렇게 농번기가 되면 농사일을 하며 품삯으로 생활비를 충당했다.

“울어봤자 뭐 하겄소”
우는 것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무 소용이 없단다.
그는 “울어봤자 뭐 하겠냐”며 “내가 사는 동안은 살려면 움직여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내가 죽으면 쟤(아들)가 걱정이지. 아들 혼자서 살아야 하는데…. 아들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돼. 그냥 남은 생, 걱정 없이 사는 것이 내 마지막 소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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