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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물
  • 입력 2015.01.30 20:37
  • 호수 1045

마음으로 그리는 주명이의 세상
시각장애인 편주명 학생(부 편무량·모 김미옥, 고대면 당진포1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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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삭둥이로 태어나 3중 장애 안고 살아
지난해 전국미술대회서 대상·우수상 수상

칠삭둥이로 태어나 시각장애와 지적장애,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주명이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하얀 도화지 위라면 주명이가 꿈꾸는 세상과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그리고 색을 입힌다. 앞이 잘 보이지는 않아도 주명이만의 세상을 그려 나간다. 고산초등학교와 고대중학교를 졸업해 당진정보고 1학년에 재학 중인 편주명 학생은 지난해 전국대회인 SK이노베이션 환경사랑 글모음대회와 제3회 전국 아르브뤼 아웃사이더아트 공모전에서 각각 대상과 우수상을 수상했다.

칠삭둥이로 태어난 주명이
지난 1998년, 주명이가 태어났다. 열달을 채우지 못하고 칠삭둥이로 말이다. 의사는 아이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했다. 혹여 자란다고 해도 여러 장애가 올 수 있다고 했다. 주변에서도 주명이를 포기하라고 했지만 아버지 편무량 씨는 1kg도 안 되는, 손바닥 만한 주명이를 본 순간 포기할 수 없었다.
“주명이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 인형인 줄 알았어요. 주변에서는 주명이를 포기하라고도 했지만 숨을 쉬고 있는 아이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대견하게 잘 먹고 잘 자라서 이만큼 컸죠.”

주명이에게 찾아온 미숙아 망막증
당시 청주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던 아버지 편무량 씨와 어머니 김미옥 씨는 서울 모 병원 인큐베이터에 있는 주명이를 뒤로 하고 다시 생활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주명이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병원에 도착해보니 인공호흡기 과다 사용으로 인한 미숙아 망막증이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편무량 씨는 “그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앞이 깜깜하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권위 있는 의사를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실낱같던 희망…이어 찾아온 절망
팔뚝의 반 만하던 주명이는 수술대에 올라 안구를 적출하는 대수술을 세 차례나 받았다. 현재 주명이의 한 쪽 눈은 실명했으며 한 쪽은 저시력으로 근접한 거리에 있는 사물만 볼 수 있다. 편무량 씨는 “내 눈이라도 주고 싶었다”며 “안구 기증도 알아봤지만 시신경이 죽어 어렵다는 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편무량 씨는 희망을 놓을 수 없었다. 한 때 뉴스에서 줄기세포에 대해 연일 보도했을 때 “혹여 주명이가 줄기세포를 이용해 수술하면 앞이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어느 날 주명이가 그랬어요. ‘할머니 거울을 봤는데 내 눈이 너무 무서워. 내 눈은 왜 이렇게 무섭게 생겼어?’라고요. 그 때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죠. 다른 아이들은 두 눈이 다 말똥한데 왜 주명이만 그런가 싶고, 다 내 잘못인 것 같더라고요.”(김용선 할머니)

시각언어지적장애 겹친 3중고
주명이는 시각장애뿐만 아니라 지적장애와 언어장애까지 갖고 있어 18세의 나이임에도 글을 깨우치지 못했다. 또한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충분히 표현하지 못 한다. 편무량 씨는 이런 주명이와 이야기 할 때면 때론 답답함을 느낀단다. 그는 “내가 하는 말은 주명이가 다 알아 듣지만 주명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종종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며 “그럴 때면 주명이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

처음 나간 대회서 ‘대상’
평소 주명이는 집에 오면 TV를 보거나 장르를 막론하고 노래를 듣는다. 주명이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주명이가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소리를 언뜻 듣긴 했지만 집에선 그림 한 장 그리지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 뒤 당진정보고에 입학해 박미진 특수학급 담당교사를 만났고 박 교사는 주명이의 재능을 알아봤다. 주명이는 처음 나간 전국미술대회에서 당당히 ‘대상’을 수상했다. 아버지 편무량 씨는 “수상 소식을 듣고 기분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며 “주명이가 무척 대견했다”고 말했다.
"주명이가 커서 제자리를 잡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될 거예요. 그럴거라 믿어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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