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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06 23:36
  • 호수 1046

[세상사는 이야기] 시골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서울 청년
평택해양경비안전서 왜목출장소 김상훈 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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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3일 근무시간 이후에
지역 아이들 가르쳐

사람들로 북적이던 왜목마을도 겨울이 되면 꽤 한산하다. 조용한 해변 한편에 평택해양경비안전서(옛 평택해양경찰서) 왜목출장소가 있다. 서쪽 끝으로 해가 넘어가는 평일 저녁, 고요함을 깨뜨리고 ‘드르륵’ 문이 열리면 생글한 아이들이 얼굴을 내민다. 작고 비좁은 이 공간에서 석문중학교 학생 4명이 큰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선생님이자 형이 돼주는 김 상경

해경의 신분으로 바다를 지키면서 저녁에는 지역 아이들에게 선생님 또는 형이 돼주고 있는 김상훈 상경은 지난 1월부터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육군 입대 대신에 해경을 선택한 그는 제대를 1년 앞둔 스물세 살, 아직 앳된 청년이다.
평택해양경비안전서 소속으로 지난해까지 대형 경비정을 탔던 그는 지난해 11월 왜목출장소 근무를 발령받아 당진에 왔다.
“내년 1월 9일에 제대해요. 해경을 하면서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경험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이렇게 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방언 해상안전과장이 왜목출장소를 순방했다. 당시 이 과장은 근무가 끝난 저녁시간을 이용해 지역 아이들을 가르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조호행 교로어촌계장의 소개로 아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조 계장은 “교육 기회가 부족한 지역 아이들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 오다, 이 과장의 제안으로 아이들을 소개해 주게 됐다”며 “10여 년 전, 지역에서 근무한 해경이 이렇게 학생들을 가르쳤던 적이 있었는데 늘 그때를 생각하면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의미 있는 해경 생활 뿌듯”

매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사흘 동안 2~3시간 씩 석문중 학생들과 함께 영어 수업을 하고 있는 김 상경은 근무 이후 피곤할 법도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군 생활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 같아 뿌듯해요. 이런 경험을 통해 저 역시 배우는 게 많아요. 틈틈이 토익 공부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그 시기를 지나온 형으로서 공부 방법이나 대학생활 등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조언도 해주고 있죠.”

서울 서초구 출신인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주변의 환경은 학원도 넘쳐나고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도 많았지만 지역의 아이들은 그런 기획가 무척 적은 것 같았다”며 “조금이나마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 기자를 꿈 꾸는 청년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다니다 휴학하고 해경에 입대한 그는 앞으로 ‘교육 전문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란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그러하듯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은 그 역시 마찬가지지만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면서 미래를 준비해 나갈 생각이다.

그와 함께 왜목출장소에서 근무하는 조영호 경위는 “착하고 성실한 청년”이라며 “해경 생활도 근면성실하게 잘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도 열심히 가르치는, 장래가 촉망되는 후배”라고 말했다.
“그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특별한 경험도 많이 했어요. 4개월 동안 경비정에서 생활하면서 배의 구조도 알게 됐고 요리도 배웠고요(웃음). 또 이렇게 작고 조용한 시골 지역에서 충분한 교육의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새로운 경험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군 생활이 막막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흐르네요. 앞으로 남은 해경 생활 동안,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면서 지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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