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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8 13:5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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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싣고 달리는 시내버스 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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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달리는 20번 버스 안
정겨운 우리네 이야기

20번 시내버스는 오늘도 당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송악읍 한진포구까지 달린다. 하교 시간에 이르자 학교 인근 정류장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버스에 올라탄다. 새로운 학교생활에 대한 설렘과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반가움에 이내 버스는 시끌벅적해진다. “너는 몇 반이니”부터 시작해 방학 때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서로 안부 묻기에 바쁘다.
북적북적한 버스 안과 달리 차창 밖의 마을은 고요하기만 하다. 들판 옆, 꼬부랑 허리를 굽히고 열심히 걸어가는 할머니도 보이고 마을회관 안 어르신들의 단란함도 지나간다. 곧이어 학생들이 버스에서 우르르 내리자 이내 조용함이 찾아왔다.
묵묵히 달리는 버스 안에는 음악을 듣는 사람,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빠진 사람, 아이와 이야기하는 엄마, 장 본 물건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아주머니까지 다양한 삶의 모습이 묻어있다.

[미니인터뷰]

김영호(78·송악읍 월곡리)씨

“건강이 내 소원이유”
8년 전부터 아프기 시작한 관절염 때문에 김영호 씨는 매일 같이 병원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다. 세 남매를 기른 그는 자식들과 손주들이 건강하게 지내는 것만이 소원이란다. 그는 “아내가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며 “ 내가 중동에서 돈을 벌 동안 아내는 홀로 한국에 남아 아이들을 키웠다”고 말했다.
“자식과 손자들이 보고 싶지만 다들 바쁘니 어쩔 수 없지. 하지만 통화를 자주하니 괜찮아. 부자도 필요없슈. 건강만 하면 돼.”

 

김선애(67·송악읍 복운리)씨

“바다 가까워 좋아”
김선애 씨는 당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울로 가는 표를 미리 예매하러 나왔다가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강원도 춘천 출신의 그는 남편의 직장 때문에 당진에 정착했다. 20세에 결혼했는데 어느덧 47년이 지났다. 바다가 가까워서 당진이 좋다는 그는 “확 트인 바다 구경을 실컷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주부인 김선애 씨는 평소 요가와 벨리댄스, 에어로빅 등의 운동을 하며 취미생활을 즐기며 산다.

 

김희연(35·송악읍 복운리)씨

“자녀교육, 가장 큰 고민”
김희연 씨는 작은 아들을 데리고 큰 아들에게 향하는 길이다. 계성초등학교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하는 큰 아들에게 입을 운동복을 가져다줘야 한다는 그는 하교시간이 되면 시내버스에 오르곤 한다.
서울에서 당진으로 이사 온 지 1년이 된 김 씨는 “서울과는 달리 당진은 한적하고 조용하다”고 말했다. 요즘 그의 고민은 자녀교육이다. 교육에 관한 정보는 주로 직접 엄마들을 만나거나 인터넷을 통해서 얻고 있다.

 

20번 시내버스 국중석 기사(57)

“볼 때마다 반가운 승객들”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국중석 기사는 당진에서 버스기사로 일한지 25년이나 됐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다 고향인 당진에서 정착했다. 10년만 당진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가려 했지만 살다보니 25년이 됐단다.
오랜 시간 동안 버스 운전을 하면서 승객들의 얼굴을 대부분 알고 있다. 그는 “승객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볼 때마다 반갑다”며 “가끔 보이지 않는 날엔  무슨 일 있나 싶어 안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가용순(80·당진포리3리)씨

“큰 손자 며느리감 없나”
구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하고 있는 가용순 씨는 “친구들과 파마하고 집에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미용실에 다녀왔슈. 여기 파마를 잘하는 미용실이 있어서 거기서 머리해유.”
그는 평소 노인대학을 다니면서 노후를 즐기고 있다. 공부하는 것이 재밌고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인생의 낙이라는 그는 “요즘 바라는 것이 있다면 큰 손자가 하루빨리 장가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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